모두가 오를 거라는 주식 시장…같은 말 할 때 가장 위험하다

권순우 기자 2026. 2. 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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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쏠림의 역설, 모두가 같은 말 할 때 가장 위험하다
'할인율의 공습'이 시작됐다…유동성 균열이 무너뜨리는 시장
윤지호 경제평론가

주식시장이 연초부터 거침없는 랠리를 이어가자 너도나도 ‘반도체 불패론’을 외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은 단숨에 상승 곡선을 그렸고 외국인 수급 유입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낙관론이 증폭됐다. 그러나 바로 이때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윤지호 경제평론가는 "완전히 동의할 때가 가장 틀리기 쉬울 때"라며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모두가 AI 내러티브에 몰입해 있을 때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의심하고 경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시장을 ‘울퉁불퉁한 길’이라고 규정했다. 지수가 상승하고 있지만 그 길은 단선적이지 않으며 높은 변동성과 오판의 위험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유동성과 제도 개선이 멀티플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모든 걸 반영했다는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익이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시장이 항상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시장을 오래 경험한 이들에게는 익숙한 교훈이다.

윤지호 평론가는 ‘앤서니 볼턴’의 말을 인용했다. “모든 사람이 완전히 동의할 때 그 의견이 틀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지금 시장은 AI 수혜 기대, 반도체 이익 개선, 외국인 수급 유입이라는 세 가지 내러티브가 교차하며 지나치게 긍정적인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다. AI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고 반도체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논리는 시장에 널리 퍼져 있지만 정작 그 기초는 흔들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증가 발표가 오히려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한 예로, 알파벳이 설비 투자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은 오히려 주가를 끌어내렸다.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실적과 현금흐름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흔들린 것이다.

특히 최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자금 흐름의 이상’이다. AI 관련 투자에 자금을 대던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자금에서 흔들림 조짐이 포착되면서 소프트웨어 섹터의 약세가 본격화됐다. 이는 단지 기술주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시장 유동성의 균열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모 신용은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자금이 몰렸다는 점은 이미 시장이 불안을 체감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오픈AI와 손정의 회장이 연결돼 있다는 점, 그 뒷배경이 일본계 자금이라는 점도 자금 흐름의 불확실성을 더한다. 결국 ‘어디선가 유동성이 마르고 있다’는 인식은 시장 전체의 할인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윤지호 평론가의 경고다.

그는 또 ‘워시 쇼크’로 불리는 연준 인사 이슈를 언급했다. 새 연준 의장에 지명된 케빈 워시는 중앙은행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에 회의적 입장을 가져온 인물이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고 대차대조표를 줄이며 민간 중심 금융을 지향하는 정책 노선은 과거 양적완화(QE) 체제와 반대되는 흐름이다. 이는 결국 시장 유동성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워시의 정책 방향이 현실화되면 지금까지 시장을 견인해온 유동성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리와 유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할인율 상승’이라는 변수로 작용하며 AI 내러티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익이 늘어난다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전체 코스피의 70%를 상회할 정도로 집중된 구조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윤 평론가는 이런 집중이 오히려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이 두 종목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휘청일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IT 섹터의 이익 비중은 급증하고 있으며 이 비중은 작년 1분기 38%에서 올해 1분기에는 78%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흔들릴 경우 도피처가 없는 구조가 된다. 따라서 일부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클수록 포트폴리오 관리와 자금 분산이 중요해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윤지호 평론가는 특히 ‘성장’과 ‘성장률’의 구분을 강조했다. 기업이 이익을 낸다고 해서 주가가 항상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로스(Growth)보다 그로스 레이트(Growth Rate), 즉 성장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대감이 지나치게 반영된 시점에서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둔화되면 주가는 오히려 하락한다. 일례로 APR, 파마리서치 등 고성장 기업들이 실적은 좋았지만 성장률 둔화만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사례를 들며 반도체 역시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향후 기울기 변화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단 아래 그는 현금 비중을 일정 부분 유지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지금은 모두가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하는 시점이며 이런 때일수록 유동성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장은 때로 투자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존재이며 언제나 확신이 가장 클 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금이 단순한 비투자 자산이 아니라 ‘투자의 한 방식’임을 강조하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산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이유가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시장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이익 구조가 개선되고 있으며 한국이 선진국형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긍정 요인이다. ROE가 상승하고 있고 낮은 PBR을 고려할 때 멀티플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수급이 본격화되면 시장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 시점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언급될 하반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그는 지금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확신’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명확해 보일 때일수록 자신만의 의문을 가져야 하며, 성급한 확신은 오히려 수익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주식시장은 ‘할인율과 성장률’의 함수이며 그 어느 때보다 이 두 지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끝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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