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먹겠다고 울부짖는 아이…진화한 '내가 병'[40육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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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이제 아이가 서서히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의 '자아 발달'이 '생떼'로 나타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자아가 발달하는 아이에게는 '제한된 선택지'를 주라는 조언을 들었다.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주도권은 부모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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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 병의 증세가 심해지니 이제는 아이에게도 '취향'이라는 게 생겼다. 아침에 목도리를 씌우려면 거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로 들고 온다. 점퍼도 양말도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면 한사코 거부한다. 매서운 날씨에 큰마음 먹고 나간 산책길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코스를 찾아 내달린다.

마치 청개구리 같다. 핵심은 자기가 선택하기 전에 부모가 뭔가 미리 제공하면 이를 한사코 거부하는 것이다. 가끔은 이런 습성을 역이용할 때도 있다. 하도 밥을 안 먹고 과일만 먹으려고 할 때 미리 준비해놓은 김밥을 치우며 "이거 오늘은 더 먹지 마"라고 외친다. 그러면 아이는 마치 원래부터 김밥을 원했다는 듯이 허겁지겁 김밥을 가져가 빠르게 먹는다. 아직 아기는 아기다.

그래서 과일은 씹다 뱉기 쉬운 포도나 방울토마토 대신 사과나 배 위주로 보여주기로 했다. 치약 통은 눈에서 안 보이도록 치우고 대신 과자 종류를 진열해 관심을 돌리기로 했다. 사실 부서 회식 메뉴를 정할 때도 가장 안 좋은 질문이 "뭐 먹으러 갈래요?"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수혜자를 힘들게 할 때도 있다. '육고기나 회' 같은 식으로 두어 가지 정해서 던져줘야 부서원들이 판단하기 쉽다. 또 미리 선택지를 좁혀놔야 "개고기 먹으러 가요" 같은 극단적 선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나날이 늘어나는 선택의 순간들 때문에 아이의 마음을 읽는 게 힘에 부칠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차라리 빨리 말문이 터졌으면 좋겠다. 아직 수용언어가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고 표현언어는 미숙한 상태라 더 힘든 것 같다. 다른 부모들은 아이의 언어폭발기에 겪는 '이게 뭐야' 지옥도 만만치 않다고 하지만 하루빨리 직접 느껴보고 싶다. 정작 그날이 온다면 육아 굽이굽이 뇌까리던 "예전이 편했지"라는 말을 지금 시기에 대해서도 쓰게 될지 궁금하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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