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원사로 읽는 선민 이야기 <6>베들레헴에서 한반도로, 선민은 어떻게 이동하는가
특권이 아닌 사명으로 이동하는 선민의 궤적
‘선민(選民)’이라는 말만큼 오해를 많이 불러오는 개념도 드물다. 선민, 곧 ‘부름받은 공동체’는 흔히 특권이며 우월이라는 인식이 이 개념을 위험한 길로 내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서가 말하는 선민은 처음부터 특권의 해석이 아니었다. 선민은 선택받은 특권층이 아니라, 역사의 시험대 위에 가장 먼저 불려 나온 제물(祭物)이자 개척자였다. 또한 선민은 선택된 민족에 머물지 않고 선택된 사명을 짊어진 존재이기도 했다. 그 사명 역시 언제나 고정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이동해 왔다. 아브라함에게서 이삭으로, 이삭에게서 야곱으로, 다시 이스라엘에서 예언자들로 옮겨 간 구원의 흐름은 선민이 혈통이나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이 지점에서 ‘한민족은 선민인가’ 하는 화두가 등장한다. 한민족이 선민이라는 인식은 일제강점기 민족기독교 담론 속에서 민족의 고난을 성서의 선민 서사와 연결해 해석하려는 시도에서 그 사상적 토대를 형성했다. ‘한민족이 선민이라는 주장’은 한민족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는 의미라면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이 시대, 이 역사적 조건 속에서 특정 과제를 먼저 떠안도록 요청받았다는 해석”이라면, 성서적 선민 개념과 구조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선민은 ‘왜 선택되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선택되었는가’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역사는 우연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구원사적 관점에서 보면 독특한 조건을 지닌다. 분단이라는 시대적 비극과 이념의 각축장이라는 상처, 그리고 그 모순의 한복판에서도 꺼지지 않은 강인한 종교적 영성. 이 모든 요소는 한민족이 평화와 화해, 통합이라는 과제를 외면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한민족을 선민으로 해석하는 ‘대서사시’가 설득력을 갖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명이 없는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베들레헴에서 시작된 구원사가 한민족으로 이동한다는 주장은 유대민족의 실패나 폐기를 선언하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구원사가 한 시대의 조건을 넘어서 다음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말하는 해석이다. 마치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이동했듯, 선민 역시 역사의 요청에 따라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동이 권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민은 엄격한 의미에서 짐이다. 선민이 된다는 것은 더 무거운 책임을 진다는 말이다. 실패할 가능성도, 비난받을 가능성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유대 민족이 그러했듯, 한민족 역시 이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선민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베들레헴과 한민족으로 선민 의식이 이어지는 것은 민족주의적 계보가 아니다. 그것은 구원사가 구체적 역사 속을 이동하는 궤적이다. 그리고 그 궤적의 목적지는 특정 민족의 영광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회복과 화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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