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저가 공세… 작년 반덤핑 조사 신청, 역대 최다

2025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이 13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주요국의 수입 규제 강화로 저가 물량이 국내에도 유입되면서 철강·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무역구제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보인다.
중국, 철강·화학 제품에 집중
무역위에 따르면, 반덤핑 조사 신청은 2021년과 2022년 각 6건에서 2023년 8건, 2024년 10건, 2025년 13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덤핑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평균 규모는 2021년 1503억 원에서 2025년 1조8000억 원으로 10배 이상 커졌다.
주목할 점은 신청 품목이 철강·화학 제품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철강 공급 과잉 능력은 2021년 4.5억 톤에서 2024년 5.7억 톤으로 증가했다. 2025년 무역위에 접수된 반덤핑 조사 신청도 13건 중 10건이 이 분야였다. 최근 5년(2021~202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총 43건 중 30건이 철강·화학 제품이었다. 2025년 13건 중 9건은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무역위는 1월 22일 LS전선이 신청한 '단일 모드 광섬유(single mode optical fiber)' 건에 대해 중국 기업인 형통·양쯔·진씽통에 43.35%의 최종 덤핑률을 판정했다. 같은 날 능원금속공업과 엘에스메탈이 신청한 '이음매 없는 동관(seamless copper tubes and pipes)'에 대해서도 홍콩하이량에 3.64%, 파인 메탈에 8.41%의 예비 덤핑률 판정을 내렸다.
미·EU 막히자 한국에 덤핑
무역위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저성장 장기화 추세로 인해 저가 범용재의 불공정 수입이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창 법무법인 광장 외국 변호사도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이들 시장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저가 물량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 철강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대응하고자 무역위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사는 무역위, 결정은 재경부
한국의 반덤핑 제도는 조사·판정과 부과 결정이 분리돼 있다. 덤핑 사실 여부와 국내 산업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와 판정은 무역위가 담당한다. 덤핑 유무 확인과 산업 피해 조사를 전담하며, 잠정 조치 및 시정 조치를 권고한다. 위원장 1인을 포함해 9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산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위촉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선임된다.
실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처분의 권한은 재정경제부에 있다. 재경부는 무역위의 덤핑 및 산업 피해 판정 결과를 존중하되 해당 조치가 국내 물가에 미칠 영향이나 통상 관계, 전반적인 산업 구조 등 국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부과 여부와 관세율을 확정한다.
"불복해도 뒤집기 어려워"
반덤핑 관세 부과 처분에 대해서는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철환 법무법인 LK파트너스 관세전문위원은 "재경부 장관의 덤핑방지관세 부과 처분은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다. 이해 관계인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법원은 무역위의 전문적인 사실 조사 결과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폭넓게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처분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자부는 2025년 3월, 무역위를 기존 4과 43명에서 6과 59명으로 확대 개편했다. 당시 산자부는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에 따른 저가 제품의 국내 유입 확산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통상 방어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