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000만 원에 의사 뽑으라니"… 보건소장 구하느라 애타는 지자체들
춘천 2년 공백... 청주 연말 3명 퇴임
"기능 분산, 보건소장 처우 개선해야"

“수억 원씩 버는 의사를 연봉 7,000만~8,000만 원 주고 오라는 게 가능한가요?”
보건소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 여주시 인사팀장의 하소연이다. 여주시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3차례에 걸쳐 4급 상당 개방형 직위(지방기술서기관)인 보건소장 공모에 나섰으나 1년 넘게 지원자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세 차례 공모에서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임용은 불발됐다.
지역 보건소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현행법상 보건소장은 의사면허 소지자를 임용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아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 2회 이상 채용 공고가 부결되면 치과의사, 한의사, 보건·간호·의무 등 직렬의 공무원도 임용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작은 시군의 경우 채용 기준에 맞는 내부 공무원이 없어서다. 여주시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는 보건계열 4급 서기관이 없다. 여주시 관계자는 "법령대로 의사를 임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내부 임용도 어려워 보건소장 직급을 현행 4급에서 5급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시도 의사 면허가 있는 보건소장을 채용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차례에 걸쳐 공개 모집을 진행했으나 2년째 지원자가 없었다. 6번째 공고 끝에 보건계열 내부 공무원을 공개 채용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47개 보건소 중 의사 면허를 가진 소장이 있는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수도권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적어 공공의료 필요성이 더 높은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원 춘천시의 경우 전임 보건소장 퇴임 이후인 2023년 6월부터 2년 넘게 보건소장 공석 사태가 이어졌다. 춘천시는 지난해 9월 임용 기준 확대 규정을 적용해 5번째 공모 끝에 간호학 박사 출신 보건소장을 임명했다. 강원도 내 18개 보건소 가운데 의사 면허를 소지한 보건소장은 홍천·횡성 등 6곳에 불과하고, 동해·정선 등은 공무원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 중이다. 경북도 24개 보건소 중 9곳이 의사 지원자를 받지 못해 직무대리 체제 상태다.
충북 청주시는 초유의 3개 보건소장 동시 공백 사태를 맞을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동시에 퇴직하는 보건소장 3명(상당·서원·흥덕보건소) 후임으로 의사 면허 소지자를 우선 채용할 방침이나 지원자를 못 찾을 가능성이 높다. 청주시 관계자는 “보건소장 외부 채용이 잘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지역 보건소장 채용이 난항인 이유는 의사들이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데다 보수가 낮기 때문이다.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4호 직급인 보건소장의 연봉(하한액 6,810만 원)은 수당을 더해도 7,000만~8,000만 원 수준이다. 일반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 평균 연봉이 3억 원(보건복지부 의사 임금추이)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건강 예방부터 감염병 관리, 돌봄까지 지역 공공보건을 총괄하는 보건소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역 보건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균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는 “동일한 잣대가 아닌 진료가 필요한 병원화 보건소와 보건행정 기능만 하는 일반 보건소를 구분해 임용 규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가 필요한 병원화 보건소장에 대해선 지자체에 재량을 많이 줘 보수와 처우를 현실화하면 공백 사태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청주=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춘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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