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체 “미국인은 안 쓰는 쿠팡...워싱턴선 美 기업으로 통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8일 한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미국 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미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쿠팡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웹사이트” “미국 내 이용자는 거의 없는 기업”으로 묘사하며,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지난 5년간 본사를 시애틀로 옮기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데 이어, 트럼프 1기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영입하며 워싱턴 정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특히 디지털 규제를 둘러싼 한·미 갈등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원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을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며 쿠팡의 편에 서고 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이런 정치적 연계가 실제 통상 현안과는 분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미 정부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한국 관세 인상 위협과 쿠팡 사태는 “연관이 없다”며, 쿠팡 관련 문제는 디지털 정책 논쟁일 뿐, 관세·무역 적자 등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그럼에도 의회 내에서는 두 사안을 의도적으로 엮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은 한국의 디지털 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며 쿠팡을 소환 조사 대상으로 삼았고, 일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한 결과”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의 온도 차가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쿠팡의 데이터 유출 사태를 둘러싼 한국 정부의 대응을 두고 폴리티코는 조지타운대 아누팜 찬더 교수를 인용해 “한국 정부의 조치가 과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들과 비교할 때 쿠팡에 대해 특별히 과도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찬더 교수는 오히려 쿠팡이 미국 기업인지 한국 기업인지 규정하는 문제 자체가 애매해졌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쿠팡이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미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은 2024년 한 해에만 로비 비용으로 330만달러를 지출했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해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취임식에 참석했다. 2024년 설립한 쿠팡의 정치자금위원회(PAC)는 트럼프의 문화 정책과 연계된 케네디센터 개편 사업에까지 1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는 워싱턴 로비 관행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도 쿠팡은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트럼프 측 핵심 인사들과 연계된 로비 회사들을 잇따라 고용하며 진영을 가리지 않는 접근을 이어왔다. 한 로비 관계자는 “완전한 전방위 공세(full court press)”라며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결국 쿠팡 사례가 “미국에서 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 외국계 기업이라도, 워싱턴 정치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느냐에 따라 ‘미국 기업’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특정 기업의 로비가 통상·외교 현안과 뒤섞일 경우, 한미 간 정책 갈등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증폭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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