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선서 중도좌파 사회당 세구루 당선···‘반이민’ 극우당 셰가 급성장

8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대통령선거 결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당(PS)의 안토니우 조제 세구루(63) 후보가 당선됐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95% 진행된 가운데 세구루 후보는 66%의 득표율을 기록, 극우 정당 셰가의 안드레 벤투라(43) 후보(34%)에 크게 앞섰다. 세구루 후보와 벤투라 후보는 지난달 18일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해 이날 결선을 치렀다.
세구루 후보는 취재진에게 “포르투갈 국민이 오늘 보내준 응답, 자유와 민주주의,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헌신에 감동받았고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포르투갈은 총리가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내각 책임제이지만, 대통령에게도 의회 해산권과 군 통수권, 법률안 거부권 등이 있다. 대통령은 5년 임기에 중임이 가능하다.
이번 선거는 포르투갈이 폭풍으로 큰 수해를 입은 가운데 치러졌다. 약 20개 선거구 투표가 1주일 연기됐으나, 이미 큰 표차가 벌어져 당선이 확정적이다.
세구루 당선인은 청년 시절 일찍 정치에 입문해 1991년 의회에 처음 입성했으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정부에 입각해 여러 요직을 거쳤다.
2011∼2014년 사회당 대표를 지내다가 2014년 당 대표 경선에서 안토니우 코스타(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고배를 마신 뒤 한동안 학계에 몸담았다. 이번에 대선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인 정계 복귀에 나섰다.
선거 초반에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했지만, 점차 중도 유권자를 흡수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세구루 당선인은 자신을 온건하고 현대적인 좌파 후보로 규정하며 극단주의에 맞서는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법안에 대해서는 “기업에 유리하고 노동자 권리를 희생하는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구루 당선인은 여론조사에서부터 벤투라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섰다. 그러나 신생 극우 정당 후보가 결선에 진출한 것 자체가 포르투갈 정치 지형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궁극적으로 총리직을 목표로 하는 벤투라 후보는 패배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22.8%를 득표한 데 이어 이번 대선 결선에서 34%를 얻어 전국적 지지 기반 확대를 입증했다. 그는 “오늘 우파의 리더십이 확립됐다고 믿는다. 이제 내가 그 정치 영역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창당된 셰가는 반이민 기조를 앞세워 급성장해 왔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사회당을 제치고 제1야당으로 올라서며 기존 사회민주당과 사회당 중심의 양당 구도를 흔들었다.
세구루 후보의 당선으로 사회당은 조르즈 삼파이우 전 대통령(1996∼2006년 재임) 이후 20년 만에 대통령을 배출하게 됐다. 현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대통령과 전임 아니발 카바쿠 실바 전 대통령은 모두 중도우파 사회민주당 출신이다.
세구루 당선인은 내달 퇴임하는 드소자 대통령의 뒤를 이어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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