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이유랑 선고가 다르다? 법원, 이젠 판결문도 못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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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심리한 법원이 판결문의 핵심인 '주문'과 판단 근거를 적은 '판결 이유'가 서로 다른 중대한 오류를 저질렀다.
이처럼 주문과 이유가 불일치하는 오류가 있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알아채지 못해 직권으로 판결 경정을 하지 못했고, 사건은 그대로 항소심 단계로 넘어갔다.
또한 경정 결정이 내려질 경우 민사소송법 제173조 '소송행위의 추후보완' 규정에 따라 당사자들이 바로잡힌 판결문을 토대로 다시 항소할 수 있다는 해석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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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에선 C에게 손해배상 선고
6개월 간 오기 알아차리지도 못해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심리한 법원이 판결문의 핵심인 ‘주문’과 판단 근거를 적은 ‘판결 이유’가 서로 다른 중대한 오류를 저질렀다. 법원은 이 같은 실수를 무려 6개월 동안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1부(김룡 지원장)는 지난해 8월 원고 A 씨가 피고 B·C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C 씨는 A 씨에게 1억1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 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피고들이 원고를 기망해 주식을 편취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법정에서도 주문을 그대로 낭독하며 C 씨에게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것처럼 판결했다.
그러나 판결문에 기재된 ‘판결 이유’는 주문과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재판부는 B 씨의 불법행위를 인정해 B 씨가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고, C 씨에 대해서는 B 씨의 불법행위에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주문과 이유가 불일치하는 오류가 있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알아채지 못해 직권으로 판결 경정을 하지 못했고, 사건은 그대로 항소심 단계로 넘어갔다. 원고 측 역시 판결문을 받은 뒤 오기를 발견하지 못해 경정 신청이나 항소를 하지 않았다.
반면 피고 측은 집행력이 부여되는 주문에 따라 C 씨만 항소했고, B 씨는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원고 A 씨는 실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 B 씨를 상대로는 강제집행이나 배상금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만약 항소심에서 C 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고의 청구가 기각될 경우, A 씨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0원’이 된다.
이 같은 문제는 사건이 지난해 9월 항소심으로 넘어가 첫 변론기일 지정을 앞둔 상태에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원은 지난 5일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판결문 오기를 인지하고, 명백한 잘못을 인정하며 직권으로 판결 경정 결정을 내려 양측에 통지했다.
15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판사 등 3명으로 구성된 합의재판부에서 이 같은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룡 충주지원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20년 넘게 재판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 지원장은 다만 민사소송법상 판결이 확정된 이후라도 명백한 오기는 직권으로 경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정된 판결문은 기존 판결문과 합쳐져 하나의 판결로 효력을 가지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경정 결정이 내려질 경우 민사소송법 제173조 ‘소송행위의 추후보완’ 규정에 따라 당사자들이 바로잡힌 판결문을 토대로 다시 항소할 수 있다는 해석도 제시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적법한 항소로 받아들일지는 별도의 판단 대상이다.
아울러 이미 주문에 따라 항소를 진행했던 피고 측은 확정됐던 판결이 다시 다퉈지게 된 점을 들어 ‘뒤늦은 경정’이라고 반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 지원장은 “추가적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했지만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는 판결문을 더욱 꼼꼼히 살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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