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끊으면 GPS 못씁니다”…3.7조짜리 K위성항법 만드는 이 남자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6. 2. 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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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S 개발수장’ 김대관 항우연 본부장
GPS신호 끊기면 통신·금융 ‘국가마비’
美 의존 벗어나 한국형 개발 서둘러야
KPS, 디지털시대 안보주권·경제독립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PS 개발사업본부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는 순간 모든 생명이 죽잖아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딱 그렇습니다. 지금은 공짜로 미국 시스템을 쓰면서도 고마움을 모르지만 그 신호가 끊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통신·금융·전력 등 국가 기반시설이 일시에 멈추는 ‘셧다운’이 올 겁니다.”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상 첫 심우주 탐사 달 궤도선 ‘다누리’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PS개발사업본부장이 이번에는 더 거대하고 복잡한 난제를 짊어졌다. 바로 3조7234억원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우주개발 사업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6월 KPS 사업을 책임지게 된 후 매일경제와 첫 인터뷰를 했다. 그는 KPS를 단순한 연구개발(R&D) 과제가 아닌 ‘국가 생존의 문제’로 정의했다. 그는 “핵무기는 보유 자체로 위력을 갖지만 절대 써서는 안 되는 전략자산”이라며 “반면 PNT(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KPS는 매 순간 사용해야만 국가 기능이 유지되는 ‘실전용 전략자산’으로 이것이 없는 나라는 위상과 입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누리와 KPS를 ‘없는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놨다. 하지만 그 결은 조금 다르다. 김 본부장은 “다누리는 우리가 달에 갈 수 있는지 증명하는 사업으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궤도, 즉 ‘없는 길’을 찾아내는 문제였다”며 “반면 KPS는 우리가 이 거대한 인프라를 ‘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미국 GPS가 전 세계에 무료로 개방돼 있는데 굳이 막대한 세금을 들여 독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을까. 김 본부장은 1999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르길 전쟁 사례를 들었다. 당시 미국이 해당 지역 GPS 신호를 차단하자 인도에는 큰 혼란이 일었다. 김 본부장은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한 지금 언제까지 타국의 호의에만 기대 국가 인프라를 맡길 수는 없다”면서 “KPS는 디지털 시대의 안보 주권이자 경제적 독립”이라고 역설했다.

[Unspalsh/Tamas Tuzes-Katai]
현재 KPS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1호기 발사가 지연되는 등 성장통을 겪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를 ‘사업 지연’이 아니라 ‘현실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 초기 계획은 ‘추측(Guess)’일 수밖에 없다”며 “이상적인 계획을 현실에 맞춰 업데이트하는 과정이라고 봐달라”고 말했다.

특히 다누리 사업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상한 경험을 KPS의 핵심 자산으로 꼽았다. 당시 다누리에 실린 NASA의 ‘섀도캠’ 탑재체 개발이 늦어지자 김 본부장은 우리 측 시험 일정을 과감히 조정해 NASA를 배려했다. 이 양보가 훗날 두터운 신뢰로 돌아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우주 외교의 핵심은 ‘먼저 주는 것’으로, KPS 구축에 필요한 주파수 확보 전쟁에서도 우리가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국제사회에 제공해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며 “KPS를 비롯한 우주사업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고도의 외교전”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주 AI 3대 강국’이다. 발사체·위성·달 탐사에 이어 독자 항법 시스템까지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 손에 꼽는다. “한 사람에게 초정밀 PNT 정보가 쌓이면 그 사람의 일생이자 역사가 됩니다. 이 방대한 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면 교육·의료·정책 등에서 상상 못할 부가가치가 창출될 겁니다. 우주 하드웨어와 데이터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다면 대한민국은 우주 AI ‘톱3’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김 본부장의 호기심을 키워준 것은 문방구였다. 김 본부장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문방구를 하셨는데, 가게에 있는 조립식 탱크나 비행기 모형을 원없이 만들 수 있었다. 족히 수백 개는 될 것”이라며 웃었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하늘을 동경한 그는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해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신체검사에서 떨어져 조종사의 꿈은 접었지만 좌절은 새로운 기회가 됐다. 김 본부장은 “오히려 그 일이 비행기를 만들고 위성을 쏘아올리는 지금의 길로 이끌어준 원동력이었다”며 “내가 설계한 위성이 우주로 올라가 첫 영상을 보내왔을 때의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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