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타운 탐방기]① 日 고령자 주택 코코판 가보니… 月 150만원에 식사·간병까지
슈퍼·미용실 방문서비스
이용료, 연금 수령액과 비슷
정부·지자체 지원에 가성비 높여
한국은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다. 그러나 건강한 노후를 위한 ‘시니어 하우징’ 준비는 미흡하다. 시니어타운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주택은 전국 43곳에 불과하다. 공급 가구 수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다. 노인복지주택이 아니라면 갈 곳은 요양원뿐이다. 요양원은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야 이용할 수 있다. ‘중산층’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대안이 없다. 고령자 위주의 폐쇄적 구조, 지역 사회와의 교류 부재, 뒤처진 스마트 돌봄 서비스 등의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보다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어떻게 시니어타운의 천국이 됐는지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오늘 저녁엔 영감이랑 같이 쇼가야키(생강구이)를 해 먹으려고. 저기 아래 동네에 있는 수퍼랑 똑같이 세일을 적용해 주니까 좋아.”
지난 1월 22일 찾은 일본 도쿄 근교의 서비스 고령자 주택(사코주·サ高住) 코코판 가와사키 다카쓰. 오후 3시가 되자 비어 있던 로비는 눈 깜짝할 새 활기 넘치는 동네 슈퍼마켓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스즈키 요시코(가명·81)씨는 “평소 식당에서 급식을 먹지만 오늘은 좋은 일이 있어 특별한 음식을 먹으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초록색 진열대가 곳곳에 놓였고 채소와 과일, 간식거리 등 400여 개에 달하는 상품이 가득 채워졌다. 로비 앞에 주차한 이동식 수퍼 차량에는 소포장된 고기와 생선, 유제품 등 신선 식품이 꽉꽉 들어찼다. 장바구니를 든 입소자들이 꼼꼼하게 유통 기한을 확인하고 찬거리를 고르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사코주인지, 도심 속 평범한 마트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곳은 1946년 학습지 회사로 시작해 일본 최대 교육·의료복지 기업으로 성장한 각켄그룹이 만든 복지·돌봄 복합시설이다. 4층 건물에 사코주를 비롯해 방문요양사업소, 치매고령자 그룹 홈(소규모 공동주택),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각켄학습교실, 아동발달지원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민간이 정부로부터 보조금과 세제·대출 혜택 등의 지원을 받아 지은 사코주는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는 일종의 일본형 실버타운이다.

이날 코코판을 둘러보고 느낀 특징 중 하나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곳엔 이동식 수퍼 외에도 빵집, 요구르트, 미용실 등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미용실에선 헤드스파까지 받을 수 있어 예약 대기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때문에 방문 업체를 기존 한 곳에서 두 곳으로 늘렸다고 한다.
또 내부에 있는 식당은 마치 호텔 뷔페나 피로연장 같은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이시다 사야카 각켄그룹 주임은 “조명, 인테리어, 벽에 걸린 그림 하나까지 신경 써 ‘요양 시설에서 밥을 먹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외식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했다. 즉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식사나 간병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택과 요양 시설의 중간 정도 콘셉트라 볼 수 있다.

과거 일본의 시니어 하우징 시장은 지금의 한국처럼 고가의 실버타운과 저소득층 중심 노인요양시설로 양분돼 있었다. 이 때문에 각켄그룹은 정작 수요가 많은 중산층이 노후를 건강하게 보낼 시설이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 2004년 코코판을 열었다. 현재는 전국에 200여 단지를 운영 중이며, 이 의료 복지 사업의 매출 규모가 기존 교육 분야와 비슷할 정도로 성장했다. 코코판은 일본 정부가 2011년 도입한 사코주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코코판의 가장 큰 특징은 중산층 평균 연금인 150만원 내외로 거주하면서 24시간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의 경우 1인이 거주하는 공간은 돌봄형(18㎡)과 자립형(25㎡) 등 두 가지 타입이 있다. 1인실 기준 총비용은 원화 기준 한 달에 각각 130만원대, 140만원대다. 일본 고령자의 연금(후생연금+국민연금) 평균 수급액과 비슷한 규모로, 중산층에겐 큰 부담이 없는 가격이라는 평이다.
부부가 함께 사는 2인실도 있다. 모두 욕실·주방이 있으며 크기는 35·40·54㎡ 등 세 종류가 있다. 특히 가장 큰 평수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1LDK(한 공간에 거실·식당·주방) 구조로 만들어졌다. 2인실 역시 한 달에 180만~230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월 이용료에는 임대료와 공용 관리비를 비롯해 개호(요양) 복지사 관리, 건강 상담 등 생활 지원 서비스 비용이 모두 포함됐다. 한 끼에 5000~6000원에 제공되는 식사는 선택 사항으로, 외식이나 배달도 자유롭다.

하나노 타카히로 각켄그룹 사업부장은 “코코판은 ‘끝까지 여기서 산다’, 즉 임종까지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주거 모델”이라면서 “실제로 같이 살던 부부 중 한 명이 치매 진단을 받아 ‘그룹 홈’으로 이동하고, 다른 한 분은 위층 고령자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어 “서로 다른 시설로 갈라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족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성비’ 실버 주택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다. 각켄그룹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주가 아닌 운영사다. 이곳 역시 가와사키시가 소유한 부지에 지어졌는데, 각켄그룹은 2020년 공모를 통해 사코주 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낮은 임대료를 바탕으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지원을 통해 사코주는 2011년 도입 이후 현재 일본 전역에 30여만 가구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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