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땅으로··· 개와 고양이로 묻는 문명의 얼굴

김승우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 2026. 2.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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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의 특별전 ‘캣츠 앤 독스’
세계적 거장이 기록한 인간과 동물의 공존사
동서양의 신화·역사·철학적 서사 결합된 예술전
캐리어 지참 시 반려동물도 함께 입장 가능
고양이, 사냥꾼, 아스파라거스. /SM에듀미디어

하늘 위 ‘신의 시선’으로 지구의 경이로움을 기록해온 세계적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이 이번엔 땅 위로 내려와 우리 곁의 가장 오래된 벗들을 조명한다. 지난해 11월 여의도 벙커에서 문을 연 특별전 ‘캣츠 앤 독스: THE GREAT CIVILIZATION’은 단순한 동물 사진전을 넘어, 개와 고양이라는 렌즈를 통해 인류 문명의 궤적을 추적하는 종합 예술전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전 세계 2억 명의 관객을 매료시킨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 이후, 작가가 5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기록해온 개와 고양이의 숨은 이야기들이 200여점의 작품으로 펼쳐진다. 특히 ‘반려 인구 2000만 시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 동물권과 생명권이라는 시대정신을 화두로 던진다. 작가는 인간과 동물이 주고받는 눈맞춤 속에 담긴 진정한 이해의 찰나를 포착하며, 동물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고유한 단독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차우차우(Chow-Chow). /SM에듀미디어

전시의 깊이는 작가의 파란만장한 이력에서 뿌리를 두고 있다. 1946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서른 살 무렵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에서 사자를 연구하며 사진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다. “예술은 자연이며, 아름다운 것은 생명 그 자체”라고 말해온 그는 유네스코 후원의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으며, 현재는 국제환경단체 ‘굿플래닛’을 설립해 지구 보호에 앞장서는 사회운동가로도 활동 중이다.

전시의 구성은 고전과 현대를 관통하는 인문학적 서사로 가득하다. 20년 만에 귀향한 오뒷세우스를 알아본 늙은 개 ‘아르고스’의 충직함부터, 무함마드가 잠든 고양이를 위해 옷자락을 자른 일화 속의 지극한 사랑까지, 동서양의 신화와 역사, 철학이 사진 작품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특히 뮤지컬 ‘캣츠’와 에드거 알렌 포의 소설,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적 시선까지 동원된 풍성한 텍스트는 관람객이 개와 고양이를 문명사적 존재로 재발견하게 돕는다.

가족의 형태가 해체되고 고립이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작가는 개와 고양이를 ‘우리의 미래의 친구들’이라 명명하며 새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묻는다. 전시 관계자는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주변의 생명들을 더는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바라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 동물을 동반한 관람객은 캐리어를 지참할 경우 함께 입장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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