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협력 사이…재계, 中과 은밀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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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이 TV·디스플레이·전기차·배터리 등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며 한국 기업을 압박한다.
삼성은 중국 전기차 업체와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AI·로보틱스 융합으로 고사양화되는 전장 시장에서 고용량·고신뢰성 MLCC와 카메라 모듈·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 핵심 부품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 고객사와의 장기 협력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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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중국 전기차 업체와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4년 중국 지리(Geely) 그룹의 주력 완성차 업체 지커(ZEEKR) '009' 모델에 이어, 2025년 하반기부터 플래그십 SUV '9X'에 차량용 OLED 3종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지갑 서비스 '삼성월렛'을 앞세워 중국산 전기차와의 연결고리를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2월 한국에 본격 진출한 BYD 전기차에 국내 중국 전기차 업체로는 처음 삼성월렛 디지털 키를 지원했다. 현대자동차·BMW에 이어 세 번째 파트너가 된 BYD는 현지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편의 기능을 확보하고,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삼성월렛 생태계를 차량까지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LG그룹도 첨단 소재 분야에서 중국과 손을 맞잡고 있다. LG화학은 2025년 11월 중국 최대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 시노펙과 소듐이온전지(SIB) 핵심 소재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양극재·음극재를 함께 개발해 공급망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세계 소듐이온전지 제조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을 거점으로 ESS·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완제품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체리기차와 협력을 시작했다. 양사는 6년간 총 8GWh 규모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6년부터 체리기차 주력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중국 완성차에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총수들의 발언과 행보도 이런 방향 전환을 뒷받침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5년 3월 베이징 샤오미 자동차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중국발전고위층포럼(CDF)에 참석하고 BYD 공장을 찾는 등 중국 일정을 소화했다. 스마트폰·가전에서는 중국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전장·디스플레이·반도체 후공정 등에서는 중국 완성차를 '고객'으로 삼아 새로운 매출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한 시사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협력해서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특히 환경 기술 분야에서 교류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SK그룹이 올해 첫 토요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사업 전략 재점검과 상생 협력을 핵심 안건으로 올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중국과 경쟁·협력을 보다 정교하게 구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기술 우위 분야는 주도권을 지키고, 중국이 앞선 영역에서는 전략적 협업을 모색하는 방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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