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서 나도 성장하고 싶다”고 했는데… 문동주 이어 최재훈 꿈도 날아갔다, WBC-한화 모두 비상 사태

[스포티비뉴스=멜버른(호주), 김태우 기자] 2026년 시즌을 준비하는 최재훈(37·한화)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해 보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아쉬움이 컸고, 올해는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까지 최고를 찍겠다는 의지로 가득 찼다.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는 것도 동기부여였다.
무엇보다 최재훈의 몸을 바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었다. 최재훈은 지난해 11월 열린 대표팀 평가전에 합류해 예열을 마쳤고, 1월 사이판 전지훈련에도 참가했다. 박동원(LG)과 더불어 팀 포수진을 이끌 선수로 예상됐다. 최재훈도 내심 태극마크에 욕심을 냈고, 대회가 시즌 전에 열리는 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다. 몸 상태에 대해 자신하면서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를 기다렸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쌓은 베테랑 포수가 됐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경험은 적었다. 나이를 고려했을 때 어쩌면 마지막 WBC 출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목소리에서는 대회 출전을 갈망하는 의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한몸을 던지겠다면서,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잔뜩 기대했다.
최재훈은 대표팀 명단 발표 직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확정은 안 됐지만 내가 주전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박동원을 치켜세우며 “뒤에서 받쳐주고 그렇게 하다 보면 나도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을 보고, 잘하는 팀을 보면서 하다 보면 나도 성장할 것이고,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한국이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그런 소리를 안 듣고, 올해는 ‘한국이 강팀이다’, ‘한국이 무섭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해”라고 강조했다.

최재훈의 꿈은 실현되는 듯했다. 6일 발표된 대표팀 30인 최종 명단에 당당히 승선했다. 예상대로 박동원과 포수 마스크를 나눠 쓰며 대표팀 안방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명단 발표의 여운이 가시지도 않은 시점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WBC 무대를 그렇게 꿈꾼 최재훈이 사실상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한화는 최재훈이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1차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 도중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약지)을 다쳤다고 8일 발표했다. 수비 훈련 중 홈 송구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오른손에 타박상을 입었고, 현지 병원의 X-레이 검진 결과 약지에 골절 소견이 나왔다. 뼈가 붙는데 3~4주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회, 그리고 시즌을 앞두고 큰 악재가 벌어졌다.
뼈가 완전히 붙었다는 판단이 나올 때까지 사실상 모든 기술 훈련은 다 스톱이다. 오른손이라 공을 던질 수도 없고, 손가락에 무리를 줄 수 있는 타격 훈련도 금지다. 다시 몸과 컨디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시즌 개막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WBC 출전은 어려워졌다. 대표팀은 2월 중순 일본 오키나와에 소집되고, 3월 초에는 일본으로 넘어가 연습 경기에 이어 대회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재훈의 재활 완료는 그 시간에 맞추기 어렵다.
한화도 최재훈의 상태를 즉시 대표팀에 통보했고, 대표팀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대회 출전이 어려워 보이는 선수에 계속 기대를 가지고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대체 선수를 찾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WBC 출전에 큰 기대감을 품었던 최재훈으로서는 날벼락이다.

김형준(NC), 조형우(SSG) 등 젊은 포수들이 대체 자원으로 거론되지만, 최재훈에 비하면 경험도 적고 지난해 성적 또한 최재훈이 더 좋았다. 안정된 수비력과 노련한 투수 리드를 자랑하는 최재훈은 지난해 공격에서도 맹활약했다.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0.286, 3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67을 기록했다. 장타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뛰어난 콘택트 능력, 그리고 선구안을 앞세워 출루율이 무려 0.414에 이르렀다. 수준 높은 투수들이 많은 WBC에서 최재훈의 이런 능력은 박동원의 장타력과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번 부상으로 모든 게 날아갔다.
개막전 정상 대기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한화 또한 비상이 걸렸다. 허인서 장규현 박상언 등 백업 포수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최재훈의 존재감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 들어 이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게 한화 관계자는 물론 최재훈의 증언이기도 했지만 주전 포수의 무게감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에는 이재원이라는 또 하나의 베테랑 포수가 최재훈을 뒷받침했던 한화다. 최재훈도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재원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플레잉코치가 됐고, 사실상 코치 쪽에 더 초점을 맞춘 채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다. 당장 현재 1군 캠프에 있지도 않고 2군 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상태다.
최재훈은 후배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훈련 중이었다. 최재훈은 “어린 후배들과 경쟁 속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체력도 20대라고 생각하고, 후배들과 운동을 하면서 ‘아직 나는 생생하다, 몸은 20대다’라고 되새기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다른 코치님들도 회춘했다고 하시더라”면서 “후배 선수들이 나한테 많이 배우고 나도 후배들한테 배울 점 배우고 하다 보면 진짜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도 후배들 연습하는 것도 지켜보고, 후배 선수들도 내가 어떻게 하는 걸 지켜보고 하다 보니까 서로서로 이제 실력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즐겼다. 하지만 최재훈이라는 큰 버팀목이 흔들리면서 한화 포수진도 큰 고민을 안게 됐다.

한편 불펜 피칭 중 어깨 통증으로 일시 귀국해 한국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문동주(23·한화)의 상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는 문동주의 정밀 검진 결과 어깨에 염증이 발견됐으며, 염증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전달했다. 염증을 관리하고, 조금 쉬다 보면 다시 정상 투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개막 로테이션 진입 불발까지도 예상했던 한화도 한숨을 돌렸다.
WBC 대표팀의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았던 문동주는 캠프 들어 첫 불펜 피칭에서 어깨에 불편감을 느꼈다. WBC 출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두 번째 불펜 피칭에서 22구를 던졌고, 당시까지는 상태가 나쁘지 않아 페이스를 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4일 세 번째 불펜 피칭을 앞두고 연습 투구를 하다 다시 어깨 통증을 느껴 투구를 중단했다. 문동주는 귀국해 7일 진료를 받았다. 아주 큰 부상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으나 검진 결과가 나와야 선수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첫 번째 통증 당시 한화와 대표팀은 긴밀하게 소통을 했고, 결국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문동주가 대회까지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했다. 문동주는 8일 다시 멜버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9일부터 선수단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화 두 선수의 큰 꿈이 부상에 가로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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