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검찰개혁 이어 특검 추천까지… 정권 초 심상치 않은 '당청 갈등'

이재명 대통령이 2차 종합특검 후보 중 조국혁신당 추천 인사를 선택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의 대북 불법송금 사건 당시 쌍방울 변호 이력이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일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이라며 간접 사과했지만, 당내에선 반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권 초부터 이례적으로 당청 갈등이 부각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정 대표는 이날 고위 당정청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당정청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 정부의 검찰개혁안 수정에 이어 2차 종합특검 추천까지 당청 간 이견에 따른 전선은 점차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2차 특검 야당 추천 후보로 '이례적' 임명 배경은
이 대통령은 2차 종합특검 인선과 관련해 민주당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의 변호 이력에 대한 문제 의식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전 변호사가 2023년 이 대통령이 연루된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변호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수차례 했고, 이 대통령 측과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이 아닌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권창영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다만 "특검 인선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정치적 해석은 지양한다"며 여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청 갈등에 거리를 뒀다.
민주당에선 반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분출했다. 합당을 둘러싼 내홍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정 대표의 고의성을 의심하는 발언도 터져나왔다. '대장동 변호인' 출신 이건태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성태의 변호인이었던 전 변호사를 추천한 것은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며, 민주당 당론에 대한 명백한 반역"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 대표에게는 감찰과 책임자 문책을,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에게는 최고위원 사퇴를 요구했다. 원외 친이재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전국회의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할 집권여당의 책무를 망각하며 국정 동력을 소모시키는 행보"라며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난 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전 변호사는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으로 윤석열 정권 들어 압수수색 등 탄압을 받았던 소신있고 유능한 검사"라고 해명했다. 전 변호사도 입장문을 통해 "제가 변론을 맡았던 부분은 쌍방울 측 임직원들의 개인적 횡령, 배임에 대한 것이었다"며 "대북송금과는 전혀 무관한 부분"이라고 했다.
새해 들어 당청은 검찰개혁안과 합당 추진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되, 예외를 두는 방식을 언급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5일 의원총회에서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에서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충분히 낼 수 있다"면서도 "마치 당의 결정이 최종안인 양 발표한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6·3 지방선거 이전 합당 추진을 둘러싼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정 대표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합당 추진 발표 직전에야 청와대에 통보하면서 '패싱' 논란이 제기됐다. 이를 마치 이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설명한 것도 청와대와 친명계의 불만을 키웠다.
당내에선 정청래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에 대한 불신이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작지 않다. 채현일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단순한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다. 당 리더십의 시스템과 권위, 무엇보다 국민적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 신호"라고 직격했다. 당청 갈등이 '감정적 단계'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명계 의원은 "(2차 종합특검 후보자 추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그동안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누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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