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급' 만든다는 거점국립대… 4조 예산 감시망은 구멍 뚫렸다

최은서 2026. 2. 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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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연구소, 거점국립대 자체감사 분석
'3년 주기 공개' 원칙이지만, 2곳 공개 안 해
공개한 대학도 세부 내용, 조치 결과 비공개
"'서울대 10개 만들기' 앞서 투명성 확보해야"
최교진(앞줄 가운데)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최 장관은 이날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핵심과제로 설명하고, "거점 국립대 9곳에 5년간 4조 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으로 8,855억 원을 편성했다. 세종=왕태석 선임기자

지역 거점국립대들이 교육부 종합감사 받는 대신 자체 감사를 하고도 그 결과를 제대로 공개조차 하지 않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거점국립대 9곳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서울대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를 위해 2030년까지 이 대학들에 4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돈이 투명하게 쓰이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는 8일 지역 거점국립대 9곳의 각 대학 누리집을 통해 최근 3년간 공개된 자체감사 결과를 취합‧분석했다. 그 결과 각 대학은 감사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고, 감사에 따른 후속 조치도 부실하게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종합감사 대신인데... 제대로 공개한 대학 1곳뿐

그래픽=이지원 기자

교육부는 감사 인력이 부족해 국립대 감사 주기가 늘어지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3년 6월, 대학들이 자체 감사로 교육부 종합감사를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규정에 따르면 국립대는 3년 주기로 교육부 감사를 받는 게 원칙이라, 이를 대신하는 자체감사 결과도 3년마다 공개하는 게 맞다.

하지만 거점국립대 9곳 중 2곳(부산대, 제주대)은 2023년 이후 자체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두 대학 모두 행정감사규정에 '감사결과는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지만 지키지 않은 것이다. 부산대와 제주대는 2022년에도 감사 결과를 공개한 적이 없기에 '3년 주기 공개' 원칙도 어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7곳도 허술하게만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대상기관과 인원, 기간 등 기본적 세부 내용을 모두 제대로 공개한 대학은 충남대뿐이었다. 전북대는 감사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강원대·경북대·충북대는 세부 내용 없이 감사결과만을 공개했다.


지적사항은 있는데 조치결과는 비공개... 징계도 전무

자체감사를 통해 어떤 조치가 내려졌는지 공개하지 않은 대학도 있다. 자체감사에 따른 지적사항은 앞선 7개 대학이 모두 공개했지만, 그 후 어떻게 조치했는지 모두 알린 곳은 4곳(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신분상 조치, 행정상 조치, 재정상 조치의 인원, 건수, 금액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곳은 경상국립대와 충남대뿐이었다.

특히 최근 3년간 자체감사를 통해 잘못을 적발해 책임자 징계나 수사의뢰를 한 건은 전혀 없었다. 대학이 잘못을 알고도 엄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과거 교육부의 감사 사례와 비교하면 의혹이 더 짙어진다. 교육부가 거점국립대를 종합감사해 징계·수사의뢰한 건수를 보면 △2017년 경북대 6건 △2019년 제주대 8건 △2023년 전북대 1건 등이었다.

3년간 재정상 조치 규모 역시 교육부 종합감사 때 최소 1억7,517만 원(2019년 제주대), 최대 5억3,197만 원(2023년 전북대)이었던 것에 비하면 자체감사에선 최소 10만 원(2024년 충남대), 최대 353만 원(2024년 경상국립대)에 그쳐 '솜방망이' 조치란 비판이 나온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 앞두고 감사 관리 강화해야

교육부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교육부 역시 국립대 자체감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점을 인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 국립대는 인력난 등으로 인해 독립된 감사기구가 아닌 총무과가 감사를 담당해 체계적인 자체감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원활한 감사를 위해) 매년 국립대 정원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라며 "일부 국립대는 교육부 종합감사를 통해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거점국립대 투자를 골자로 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올해 예산 8,855억 원을 편성한 만큼, 감사를 통한 거점국립대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단 지적이 이어졌다. 대학교육연구소는 "거점국립대 자체감사는 최소한 교육부 종합감사 수준으로 결과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며 "다만 자체감사는 종합감사를 대체하기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어 교육부 감사를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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