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특별'이란 말로 특별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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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다.
내 고향은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드나드는 시골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친구가 부산 친구에게 "추석 때 시골 내려가지"라고 묻자 부산 친구는 "부산은 시골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모두 특별해져서 이젠 뭐가 특별한지도 모를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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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다. 내 고향은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드나드는 시골이었다. 이런 시골에 가끔 서울에서 친척이 내려올 때가 있었다. 또래의 친척 아이들도 부모 따라 같이 내려왔다. 서울 사람들이 머무는 며칠간 온 우주가 그들을 중심으로 돌았다. 갑자기 우리 시골아이들은 2등 국민이 됐고 안 보이는 존재가 됐다. 서울 아이들의 뽀얀 얼굴, 세련된 말씨,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지식과 교양 모두 부러웠고 시샘이 났다. 훗날 대학에 들어가서 목격한 장면. 추석을 앞두고 서울 친구가 부산 친구에게 "추석 때 시골 내려가지"라고 묻자 부산 친구는 "부산은 시골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그러자 서울 친구가 "경향이라는 단어가 있다. 서울 경(京)이 아니면 다 시골 향(鄕)이라는 거지"라고 설명해줬고 부산 친구는 입을 다물었다.
한국은 수백 년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나라님과 나라님을 모시는 중앙관료들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좋은 것은 서울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미국엔 워싱턴 '특별시'(DC)보다 크고 좋은 도시가 많다.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등이 그렇다. 미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들도 대개 워싱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일본도 도쿄가 최고 도시이긴 하지만 오사카, 고베, 나고야 등도 자부심이 도쿄 못지않고 오사카, 센다이, 삿포로 등의 지방 국립대가 도쿄의 사립대보다 명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은 서울로 모든 것이 빨려들고 이 서울 중앙을 차지하려는 싸움으로 온 나라가 '소용돌이' 친다. 서울에 권력과 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 같은 연방국가거나 일본처럼 지방자치 전통이 강하다면 이렇게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 이후 이 나라는 서울과 지방으로 나뉘었고 권력의 중심 서울은 의기양양하고 지방은 소외됐다. 지방의 소외감은 민주화를 통해 더 강해졌다. 민주주의는 평등을 최고 가치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은 지방의 소외감을 누그러뜨릴 진통제를 개발했다. 이 중 하나가 중앙정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외교나 국방같이 시급을 요하는 기능은 서울에 두고 덜 시급한 경제, 일반행정 등의 기능은 충청도로 보냈다. 그리고 어떤 기관은 전라도로, 어떤 기관은 경상도로 떼서 보냈다. 하지만 공무원 몇 명뿐인 국가기관의 이전은 진통제에 불과하다. 진통제가 듣지 않자 이번엔 아예 새로운 진통제를 개발했다. '특별'이라는 이름이다. 서울만 '특별시'로 불린 점에 착안해 이번엔 지방에 '특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특별자치도, 특별자치시, 특별시, 특별연합. 모두 특별해져서 이젠 뭐가 특별한지도 모를 지경이 됐다.
그런데 이런 진통제만으로 충분할까. 근본 치료제는 없을까. 일자리가 많은 대기업 본사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할 방도는 없는 걸까. 권력이 서울에 집중돼 대기업도 서울에 자리잡은 것이라면 반대로 권력을 분산하면 대기업도 서울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권력집중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방의 상처를 잠시 달래줄 새로운 진통제만 계속 개발될 것이다. 말로만의 '특별'이 아니라 실제로 부산이 뉴욕처럼, 대전이 시카고처럼, 광주가 LA처럼 되는 방안을 모색하자.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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