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은밀한 사생활] 늦반딧불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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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반딧불이 중에 '애반딧불이'보다 늦게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
애반딧불이는 어른벌레 시기에만 빛을 내지만 늦반딧불이는 알, 애벌레, 번데기 그리고 어른벌레까지 한평생 빛을 발산한다.
애반딧불이는 어른벌레 시기에만 빛을 낼 수 있는 '루시페린'이라는 발광물질을 갖고 있지만 늦반딧불이는 한살이 동안 계속 빛을 낼 수 있다.
필자가 늦반딧불이 애벌레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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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반딧불이 중에 ‘애반딧불이’보다 늦게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 ‘늦반딧불이’다.

필자가 늦반딧불이 애벌레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초여름 애반딧불이를 채집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대부분의 반딧불이들이 저 멀리서 날아다니는데 유독 한 마리가 날지 않고 필자의 발 바로 앞 풀밭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날아오르면 포충망으로 채집을 하려 했으나 한참 동안 날지를 않고 바닥에서 기어다녔다. 날개를 다쳐 그러나 하고 랜턴을 켰는데 날개를 갖고 있는 애반딧불이 어른벌레가 아니라 날개가 없는 애벌레가 아닌가? 순간, 깜짝 놀랐다. 애벌레가 물속이 아닌 땅바닥을 기어다니면서 빛까지 발산하다니….
그때만 해도 늦반딧불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 이 친구는 8~9월 어른벌레로 우화하기 때문에 애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시기에는 애벌레로 축축한 풀밭에서 생활한다. 물속에서 살아가는 애반딧불이 애벌레와 달리 땅 위에서 달팽이를 잡아먹고 산다. 달팽이가 기어간 자리에는 끈끈한 점액질이 남는다. 애벌레는 이 흔적을 끝까지 쫓아가 달팽이 몸 속에 소화액을 주입시켜 영양을 보충한다.
사촌 간인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의 차이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같은 반딧불이과에 속하지만 애반딧불이는 암컷·수컷 모두 날 수 있다. 하지만 늦반딧불이는 수컷만 날 수 있다. 암컷은 날개가 퇴화돼 흔적만 있다. 수컷만이 밤 하늘을 날아다니며 암컷에게 일정한 리듬으로 빛을 깜빡여 존재를 알린다. 그리고 화답하는 암컷을 발견하면 풀밭으로 내려가 짝짓기를 한다.
수컷은 짝짓기를 마치고 나면, 열렬한 사랑을 나눈 나머지 바로 생을 마감한다. 암컷은 돌 밑이나 돌부리 근처에 최대 120개의 알을 낳는다. 알 상태로 월동하고 봄이 되면 부화해 물속으로 가지 않고 육상에서 살다 번데기 시기를 거쳐 어른벌레가 된다.

다양한 생물들이 멸종위기에 직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먹이 부족이나 서식지 파괴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악화 등이다. 최근 생태학계에서 거론되는 원인은 ‘빛 공해’다. 인공 조명이 너무 밝거나 지나치게 많아 밤이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상황을 말한다. ‘빛 공해’로 식물들이 밤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으로 생활하지 못한다. 야행성 동물들도 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못해 생태계가 교란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늦반딧불이도 과도한 불빛으로 짝짓기를 방해받아 번식률이 낮아지며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여름의 끝자락, 밤을 밝히는 이 친구의 불빛은 빛 공해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달라는 SOS 긴급 구조요청 신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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