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장유샤 쿠데타說’의 결말

“장유샤는 쿠데타를 일으킬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믿어주는 이가 없어서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가 된 기분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은 중국군 서열 2위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낙마 소식을 며칠 앞서 전한 X(옛 트위터) 계정 ‘루사장’은 최근 이런 소감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번졌던 ‘장유샤 쿠데타 성공설’에 원론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장유샤가 정말 권력을 장악했다면 당 조직·선전 당국·지방 정부의 핵심 인선이 움직였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었고, 시진핑을 견제할 원로 세력이나 구심점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을 오래 본 전문가라면 상식적으로 떠올릴 만한 근거들이었다.
하지만 신중한 분석보다 솔깃한 소문이 더 빨리 퍼진다. 소셜미디어와 일부 해외 매체를 중심으로 “장유샤가 이미 군부를 장악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번졌다. 중국 정치는 내부 사정을 확인하기 어려운 ‘블랙박스’이기에 추측과 해석이 붙는 건 자연스럽지만, 이번처럼 한 방향으로 장기간 기울어졌던 경우는 드물었다.
시선에 ‘필터’가 씌워지자 상상력은 오히려 좁아졌다. 중국 군부 숙청을 ‘시진핑 대 장유샤’의 양자 대결로 읽는 해석이 고정됐다. 2023년 ‘로켓군 대숙청’에서 리상푸 국방부장의 실각을 ‘시진핑의 장유샤 견제’로 보고, 2024년 11월 먀오화 체포와 2025년 10월 허웨이둥 낙마를 ‘장유샤의 반격’으로 끼워 맞추는 식이었다. ‘피라미드 권력 구조’가 굳어진 중국에서 시진핑이 군 내부의 두 계파 충돌을 묵인했을 가능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장유샤가 혁명 원로의 2세이자 시진핑의 오랜 친구라는 사실만으로 두 사람 관계를 수평적이라고 보는 것도 우리식 고정관념을 중국에 그대로 대입한 결과다. 2022년 20차 당대회 직후 72세의 장유샤가 군사위 부주석직을 연임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칠상팔하’ 정년 관행을 넘긴 외교 수장 왕이가 건재하다는 점을 함께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결국 ‘장유샤 드라마’의 결말은 ‘피의 토요일’에 올라온 공지문 한 줄이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장유샤가 조사를 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세계 언론들은 시진핑의 군부 장악력이 여전하다며 내년 가을 21차 당대회에서 4연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장유샤 낙마 사유를 ‘핵 정보 유출’로 추정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반박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중국 동향을 주시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블랙박스 국가’를 두고 쉽게 확신을 가져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에선 중국의 분란이나 위기 신호를 극단적으로 해석하며 자꾸 ‘무협지’를 쓴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확인 가능한 단서를 바탕으로 한 다각도의 대(對) 중국 전략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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