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에…노동계 “제2 쿠팡” 반발
잇단 규제 완화 시도에 비판 쏟아져

정부·여당의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에 노동계와 전문가들이 “제2의 쿠팡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쿠팡에서 나온 잇단 과로사를 계기로 노동자 건강을 위협할 수준의 새벽배송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오히려 이런 사회적 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영업제한은 유지하되 온라인 영업을 무제한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SNS를 통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는 변화한 시대에 적응하는 길”이라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쿠팡 이용에 불안해하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고 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불허되고, 월 2회 휴업해야 한다.
그러나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e커머스 업체들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새벽배송을 앞세워 독점적으로 성장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권에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기류가 변했다. 지난해 10월 택배노조가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새벽배송 규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불과 석 달 만이다.
마트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이 더 열악해질 것을 우려했다. 허영호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지금도 마트 내 인력이 부족해 노동 강도가 센데, 새벽배송까지 하면 노동 조건이 더 악화되고 더 질 나쁜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게 하겠다는 것은 쿠팡이 만들어낸 참사를 교훈으로 삼기는커녕 그 구조를 다른 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노동자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대형마트 노동자들에게 새벽배송을 강요하게 되고, 더 노동자들을 쥐어짜게 될 것”이라며 “쿠팡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하는 것이지, 다른 쪽의 규제를 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간작업이 암과 뇌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쿠팡과 같은 고정야간작업은 그 위험을 더욱 증가시킨다”면서 “유사한 배송 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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