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3대 승부수 통했다…조기 총선·보수 회귀·야당 자멸 [일본 총선]
비자금 연류 의원에 공천 주는등
자민당 정통 지지층 회복 주력
이념 달랐던 야당의 통합은
서로를 겨누는 칼로 작용해
![지난 7일 일본 도쿄에서 선거 유세 중인 다카아치 사나에 일본 총리 [로이터 =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mk/20260208201501676fkxo.jpg)
다카이치 총리는 ▲조기 총선이라는 타이밍 승부 ▲보수층 재결집 전략 ▲야당의 혼란을 방치하는 구도 설계라는 세 가지 수를 동시에 던졌고, 이 계산은 모두 적중했다.
첫 번째 승부수는 조기 결단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당이 선거 체제를 정비하기도 전에 중의원 해산을 단행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는 반발도 있었지만, 본인의 높은 지지율과 ‘결단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앞세워 승부를 걸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통상 예산 국회가 끝나는 4월 이후 총선 가능성을 점쳤다.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민당 비자금 문제, 통일교 연루 의혹, 고물가 대응 부실 등이 집중 추궁될 경우 지지율이 흔들릴 가능성이 컸다. 악재가 누적되기 전에 선거를 치러 리스크를 선제 차단한 셈이다.
마키하라 이즈루 교수는 “다카이치 정권하에서 정치자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민당의 구조적 약점이 반복 노출되기 전에 개인 지지율에 기대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조기 총선 전략은 일본 정치에서 전례가 없는 선택은 아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2005년 ‘우정민영화 해산’을 통해 반대파를 몰아붙였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2012년과 2014년 조기 총선으로 정권 기반을 굳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전통적 수법을 ‘개인 인기형 총리’ 모델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8일 일본 전역에서 중의원 투표가 진행된 가운데 한 시민이 후보자 벽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mk/20260208202101753wrga.jpg)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전한 배경에는 정통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있었다. 특히 참의원 선거에서는 젊은 보수층이 극우 성향의 참정당으로 이동한 것이 결정타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구 아베파 비자금 연루 의원들에게도 공천을 부여하며 당내 조직을 다시 결속시켰다.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 국면에서는 보수 분열을 막는 효과가 컸다는 평가다.
동시에 메시지는 ‘강한 일본’으로 수렴됐다. 안보, 국가 자존심,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보다 이미지를 앞세웠다. 이는 자민당보다 다카이치 개인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은 현상과 맞물리며 선거 동력으로 작동했다.
실제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집권 이후 60~70%대를 유지하며, 30% 안팎의 자민당 지지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유세 현장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자민당은 전국 주요 연설마다 평균 5000명 이상의 청중이 모였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층에서의 확산력은 두드러졌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조사에 따르면 18~20세의 다카이치 총리 지지율은 88.7%에 달했다. 총리의 패션과 소지품을 따라 하는 ‘사나카츠’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정치인이 아이돌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도미자키 다카시 고마자와대 교수는 “투표율이 올라가면 기존 조직표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된다”며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젊은 층의 실제 투표 참여가 늘어난 것은 일본 선거 지형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는 논쟁적 공약을 최대한 자제하고, 선거를 ‘누가 일본을 맡을 것인가’라는 인물 프레임으로 끌고 갔다. 소비세 감세 주장에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스파이 방지법, 왕실 전범 논란, 부부별성제 등 갈등 이슈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쟁점을 봉인한 채 총리 적합도 경쟁으로 모든 이슈를 흡수한 셈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인 공명당이 손을 잡고 만든 중도개혁연합의 로고를 양 당 대표가 선보이고 있다. [AFP =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mk/20260208201504248zxiz.jpg)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급조한 ‘중도개혁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역효과를 냈다.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들이 선거를 위해 손을 잡으면서, 각자의 핵심 지지층이 동시에 이탈했다. 정치권에서는 “생존을 위해 맞잡은 손이 서로를 겨누는 칼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야당은 정권 교체라는 목표만 공유했을 뿐, 그 이후의 일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유권자들은 불안정한 연합보다 익숙한 권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총선은 자민당의 정책 경쟁력이 두드러진 선거라기보다, 다카이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보수층을 재결집시키고 야당의 혼란을 극대화한 선거였다. 일본 유권자가 다시 한번 ‘강한 보수 정권’을 선택한 이번 선거는 향후 일본 정치의 구조뿐 아니라 동북아 질서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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