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을 옮긴다니”… 과천시 말문 막힐 지경
‘정부 주택공급 계획 반발’ 총궐기 대회
“말산업 근간 뒤흔들 최악의 정책” 비난
“양해없이 교통지옥 만들려는 행정폭력”

한낮인데도 영하 5도를 밑도는 강추위를 뚫고 지난 7일 과천 중앙공원 광장에 1천여명의 과천시민과 마사회노조 조합원들이 모여들었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의 얼굴은 걱정과 분노로 굳어있었다.
검은 옷에 장갑과 모자로 몸을 감싼 한 시민은 “날이 너무 춥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나왔다”면서 “작지만 살기 좋은 과천을 왜 망가뜨리려는지 모르겠다. 화가 나 참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핫팩으로 시린 손을 녹이고 꽁꽁 얼어가는 얼굴을 문지르며 이들이 외친 것은 ‘경마공원 이전 및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 전면 철회’였다.
과천경마공원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과천 사수 범시민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반발해 5년여 만에 재연된 시민들의 반발이다. 과천시민들은 지난 2020년 8월 정부가 과천정부청사 유휴부지에 4천 세대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자 일제히 들고 일어났고, 결국 유휴부지 개발 계획을 철회시킨 바 있다.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과 마사회노조 관계자들은 경마공원 이전 및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이 과천의 환경과 시민들의 행복을 파괴하고, 심각한 교통문제를 더 악화시키며, 말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최악의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문동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엄마 김지우씨는 “과천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경마공원이 있다는 것이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산책을 하고 말 관련 문화·놀이 시설을 이용하고 경주하는 말들을 보며 환호했다. 이곳을 찾은 모든 가족들이 행복한 모습이었고, 이곳 과천에서 아이들을 계속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민들이 행복을 찾는 이곳이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시민들에게서 경마공원을 빼앗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종현 마사회노조 부위원장은 “서울경마장은 유휴지가 아니다. 1천300두의 국산말과 500두의 용병말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는 짜릿한 스포츠 현장이고, 매년 1조원이 넘는 세금을 국가와 지자체에 납부하고 경마시행 수익금의 70%를 축산업 발전을 위해 출연하는 거대한 산업생태계”라며 “그런데 정부는 우리와 시민들에게 단 한 번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이곳에 아파트를 쏟아붓고 교통지옥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근간을 짓밟는 행정폭력”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과천시와 말산업이 죽음으로 내몰리게 됐음을 표현하는 ‘상여 퍼포먼스’도 등장했고, 최기식 국민의힘 의왕과천당협위원장이 투쟁 결의를 다지며 삭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비대위로 결집한 시민들과 마사회노조는 결코 물러서지도 타협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따라 정부의 경마공원 이전 및 주택공급 계획은 논란과 충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안양/박상일 기자 metro@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