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텔레그램 그들만의 세상 속으로
무료 메신저인데 ‘가입비’ 요구
판단력 흐리는 교묘한 ‘길들이기’
‘10회 좋아요’에 3만원의 유혹
비상식적인 ‘고수익의 덫’으로

"안녕하세요 회원님, 자세한 업무 배정 및 교육은 텔레그램으로 진행됩니다. 링크로 입장해 주세요."
홍보 담당자가 대뜸 기자를 '회원님'이라 칭했다. 미끼로 던져진 2만 원이 입금되자마자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기자는 그들이 보낸 파란색 링크를 눌러 텔레그램 설치를 시도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앱을 설치하고 인증을 시도하니 돌연 '결제창'이 떴다. "Sign up for 2000 (2000원에 가입하세요)"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접근해놓고 도리어 금전을 요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텔레그램은 무료 메신저라는 상식과도 배치됐다. 인증 문자를 받으려면 프리미엄 가입비 2000원을 결제해야 한다는 황당한 요구였지만, 앞서 급여 명목으로 받은 2만 원이 기자의 판단력을 흐렸다. '수업료'라는 명분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자는 홀린 듯 결제 버튼을 눌렀다.
결제를 마치자 비로소 파란색 종이비행기 아이콘이 뜨며 '텔레그램'이 실행됐다. 담당자가 알려준 코드를 입력했다. "업무참여. 고객접수번호 1234"
입력과 동시에 답장이 날아왔다. 상대방 프로필 이름은 '라OO'. 자신을 '어시스턴트'라고 소개했다. 프로필 사진 속 그녀는 단정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실존 인물 여부는 불투명했다.
그녀의 업무 처리는 능숙했다. 기자가 입장하자마자 정산 처리를 위해 계좌 정보를 다시 한번 요구했다. 이미 문자로 확보한 정보를 메신저상에서 재차 확인하는 것은 피해자를 시스템에 순응하게 만드는 일종의 '길들이기' 과정으로 보였다. 정보를 입력하자 그녀는 곧바로 링크 두 개를 전달했다.
"공지 안내 : 캠페인·업데이트 채널, 업무·커뮤니케이션 채널"
그들은 참여자를 하나의 방에 두지 않았다. '공지방'과 '소통방' 두 곳으로 분리해 초대했다. 일방적인 지시는 공지방에서, 업무 보고는 소통방에서 이루어지게 하여 정보 통제와 심리적 압박을 동시에 가하는 치밀한 시스템이었다. 안내에 따라 모두 입장하자 그녀가 솔깃한 제안을 던졌다.
"10개의 프로모션을 완료하면 건당 3000원으로 총 3만원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건당 3000원. 스마트폰으로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단순 노동의 대가치고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액이었다. 10회 반복 시 3만 원이라는 수익은 최저시급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비상식적인 수익 구조임을 인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숫자가 눈앞에 제시되자 이성은 마비되고 묘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노리는 '덫'이었다.
"입장"이라고 답하자 어시스턴트는 업무 매뉴얼을 보냈다. 방식은 단순했다. 20분마다 올라오는 상품에 하트(좋아요)를 누르고 캡처해서 올리면 끝. 매일 저녁 8시에 일괄 정산해 준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이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호기심과 검증의 목적으로 들어선 텔레그램 속 세상. '개미지옥'이라 불리는 그들의 사기 행각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한 본격 취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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