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수익도 성에 안차…“2~3년 돈 묻어두느니 국장으로” [불장에 찬밥된 IMA]
개인투자용 국채·IMA상품 아닌
지수추종 ETF·대형주 등에 관심
국민참여성장펀드도 타격 받을듯

서울 송파구에 사는 60대 강 모 씨는 지난해 10월 36만 원에 SK하이닉스 주식을 산 뒤 올해 1월 ‘80만 닉스’가 되자마자 팔았다. 불과 3개월 만에 122% 넘는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강 씨는 “한 종목만으로 단기간에 3배 가까운 수익률을 내다 보니 다른 투자 상품을 찾기보다는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주식을 사거나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증권사 영업점에는 증권 계좌 개설을 문의하려는 투자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 증권사 영업점의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워낙 좋아 웬만한 상품 수익률로는 투자자들이 성에 차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며 “상담하러 와서도 펀드 등 장기 투자 상품을 묻기보다는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장기 투자 상품이 국내 주식시장 강세장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2호 종합투자계좌(IMA) 출시를 2월에서 3월로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모집한 2호 IMA가 미달됐다. IMA는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보장을 해주면서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최소 4%)를 보장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투자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가령 이달 3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11.37%, 9.28% 급등했다. 전날 하락 폭을 상쇄하고도 넘은 상승률이다. 3위 현대차도 올해 1월 19일 전일 대비 16.22%나 뛰었다. 8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월 9일 상승률도 11.38%로 주요 대형주들의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코스닥 시장 투자 열기도 뜨겁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순매수 1위 ETF는 ‘KODEX 코스닥150’으로 2조 8033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종목뿐만 아니라 시가총액 상위 상장사마저 하루 수익률이 10%를 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발생해 지수 추종이나 반도체 등의 테마형 ETF를 추천해달라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IMA나 개인투자용 국채 등 장기 투자 상품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배경에는 국내 증시 호황에 따른 단기 시세 차익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7% 가까이 급등하면서 우량주마저 유례없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데다 ‘천스닥(코스닥 1000)’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투자자의 여유 자금이 주식시장 위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다른 장기 투자 상품인 개인투자용 국채의 가산금리가 확대되고 발행 한도가 줄어든 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크게 반영됐다. 금리를 높여 장기물에 대한 투자 수요를 끌어온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발행하는 만기 10년물과 20년물에 대한 가산금리를 100bp(bp=0.01%포인트) 이상 수준으로 확대했다. 1월 개인투자용 국채 10년물과 20년물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각각 53.93%(연평균 5.39%), 146.42%(연평균 7.32%)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만기 10년물과 20년물은 완판됐다.
6월께 출시를 앞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정부가 장기 투자 유도 차원에서 기존 정책성 펀드보다 높은 수준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지만 관련 혜택을 받으려면 3년 이상 자금을 묶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성장펀드는 일반 국민이 공모펀드를 통해 첨단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할 수 있게 설계된 상품이다. 배당소득에 대한 9% 분리과세(3년 이상 투자)와 투자 금액별로 최대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임원은 “세제 혜택이 제공되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 메리트는 있지만 국내 주식에 하루만 넣어도 5%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투자 과열로 주식시장이 단타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루 상승 폭이 높다 보니 한탕을 노린 단기 투자가 횡행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5일 코스피 일일 상장주식 회전율은 1.43%로 지난해 6월 17일(1.47%) 이후 가장 높았다. 유가증권시장 평균 회전율이 0.5%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올 1월 28일 코스닥 시장 일일 상장주식 회전율은 2.90%로 2024년 2월 21일(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회전율이 높아진 것은 주가 상승세에 맞춰 거래가 활성화됐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장기 투자 대신 단타 매매가 과열돼 널뛰기 장세에서 손실 우려가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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