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자작곡 도용해 발매”…기준 모호한 저작권
음원 대행 올인원 서비스 확산
AI 관여땐 저작권 인정 못 받아
작년 저작권 등록 유보만 165곡
“새 창작도구 논의할 때” 비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음원 제작 관련 사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AI가 생성한 초기 음원을 완성해주고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이 직접 AI로 음원을 만들어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재생할 필요가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 운영자에게 판매를 하기도 한다. 사업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대부분 AI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기준이 확실히 마련되지 않은 틈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만큼 AI 창작물 저작권과 관련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음악 유통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로 생성한 곡의 발매 의뢰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전문 음악가들은 AI 곡을 바탕으로 재편곡, 보컬 트레이닝, 녹음, 믹싱, 마스터링, 발매까지 전 과정을 전담하는 올인원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곡당 비용은 100만 원 안팎이다. 개인도 직접 음원 유통이 가능하지만 제작과 발매를 한 번에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몰리고 있다.
AI 활용이 늘면서 음악 제작 과정도 달라지고 있다. 작곡·편곡·녹음이 분업화돼 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AI가 곡의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이를 수정·보완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사무직 직장인 장동혁(28) 씨도 AI를 작업 도구로 활용하는 개인 창작자 중 한 명이다. 장 씨는 “AI로 곡을 만들지만 방향을 잡고 수정하는 과정은 사람이 한다”며 “한 곡당 프롬프트를 100번 이상 수정하고 평균 4~5시간씩 작업한다”고 말했다. 작사는 전부 직접 한다고 했다. 그는 “한 곡을 완성하는 데 2주가 걸린 적도 있다”며 작업 강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음원 발매가 가능하다고 해서 창작자의 권리가 함께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장 씨는 지난해 11월 발매하지 않고 유튜브에 올렸던 자작곡이 무단 다운로드돼 제3자 명의로 발매된 피해를 겪었다. AI로 작곡하되 곡의 구조를 설계하고 반복 수정했음에도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등록은 불가능했다. 현재는 유통사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 아이디(CID)를 발급받아 저작인접권만 보호받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A 씨는 AI를 활용한 음악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내고 있는 사례다. A 씨는 최근 AI를 활용한 음악 제작 방법을 배워 자신의 블로그에 무료로 음원을 배포하고 있다. 그의 음원을 주로 내려받는 사람들은 음식점이나 카페 운영자들이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저작권이 있는 음악의 경우 상업용으로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 수 없기 때문에 A 씨의 음악은 인기가 많다. A 씨는 이렇게 음악을 제공하고 방문객 수를 높인 다음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A 씨의 경우 오히려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반되는 양상은 AI 활용 창작물에 대한 판단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AI가 100% 자동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권 인정이 어렵다는 원칙은 있지만 인간이 어느 수준까지 개입하면 창작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프롬프트를 고도화하거나 반복 수정한 행위, 멜로디 변형이나 편곡이 창작적 기여로 인정될 수 있는지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AI 활용 여부 확인 절차를 도입한 후 AI 창작 여부 판단 기준 부재로 저작권 등록이 유보된 곡만 165곡에 이른다. AI 사용 여부를 표시하지 않고 등록을 신청하더라도 이를 가려낼 법적·기술적 수단은 없는 상태다. 저작권 등록이 되지 않으면 협회를 통한 사용료 징수도 불가능하다. 음원 발매는 가능하지만 권리 보호는 제도 밖에 머무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제도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환 저작권 전문 변호사는 “AI가 도구로 활용되고 인간의 선택과 수정이 결과물을 좌우했다면 창작성을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현행 저작권법은 과거의 전통적 창작 도구만을 상정하고 만들어져 AI라는 새로운 창작 도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창작자의 동기부여와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적 환경이 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박지우 견습기자 ji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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