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들뜨기보다는 역사를 되돌아봐야 [김학균의 시장 읽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2026. 2. 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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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코스피 547% 상승, 코스닥은 14%에 그쳐
네이버·셀트리온 이탈…‘성공하면 떠나는’ 구조적 한계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닥(KOSDAQ)은 1996년 설립된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이다. 이제 막 서른 줄에 접어든 청년의 나이다. 코스닥은 1956년 개장해 올해 70주년을 맞이하는 코스피의 자녀뻘쯤 되는 셈이다. 코스닥은 미국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세계 최초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상용 웹브라우저 업체인 '네스케이프 내비게이터'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던 시기가 1995년 8월이었다. 듣도 보도 못했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1997년 5월 나스닥에 올라왔다. 1990년 중반 인터넷 붐이 불면서 나스닥이 활황세를 보였던 시기에 코스닥이 만들어졌다.

코스닥이 만들어졌던 1990년대에는 나스닥을 벤치마킹한 시장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했다. 일본 자스닥(JASDAQ)이 1991년, 대만 그레타이(GreTai)가 1994년, 영국 AIM이 1995년, 독일 노이어 마켓(Neuer Market)이 1997년, 캐나다 TSX-V가 1999년, 나스닥 재팬(NASDAQ JAPAN)이 2000년 개장했다. 이들 중 나스닥 재팬과 노이어 마켓, 자스닥은 폐지되거나 다른 시장에 흡수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코스닥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2월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랠리와 다른 성적표

코스피에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 코스닥에는 신생기업이 많이 포진해 있다. 코스닥은 중소·벤처기업들에 대한 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코스닥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다. 코스닥에 상장된 후 성공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대부분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옮겨가곤 했다. 얼마 전까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은 금년 중 코스피로 이전할 계획이다. 과거에도 엔씨소프트,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이 코스닥을 떠난 바 있다. 코스피로 이전하더라도 회사나 주주들에게 바뀌는 것은 거의 없다.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경우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굳이 시장 이전을 강행할 정도의 엄청난 메리트로 보기 힘들다. 부실한 종목들이 코스닥에 많이 상장돼 있어 이들과 같은 시장에 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불명예스럽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차고에서 창업해 나스닥에서 성장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뉴욕증권거래소로 옮겨갔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코스닥의 장기 성과는 부진하다. 구성 종목이 너무 많이 바뀌어 적절한 비교는 어렵지만 2월3일 코스닥지수 종가 1144포인트는 IT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 3월의 사상 최고치 2834포인트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코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와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도 1996년 7월 코스닥이 출범하면서 설정된 기준지수 1000포인트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코스닥 상승률은 14.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는 546.9% 상승했다.

코스닥은 상장종목 수가 많다. 2월3일 현재 코스닥 상장종목 수는 1801개로, 코스피 837개의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종목 수 3322개에 비해 절대 숫자는 적지만,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코스닥 상장종목 수는 오히려 많아 보인다. 나스닥을 제외한 세계 주요 성장주 시장들인 대만 그레타이 875개, 영국 AIM 555개, 캐나다 S&P TSX-V 136개와 비교해도 코스닥 상장종목 수는 압도적으로 많다. 상장종목이 너무 많다 보니, 코스닥에서는 '묻지마 투자'가 횡행할 개연성이 높다. 극심한 정보 비대칭성은 불공정 행위를 발생시킬 개연성을 높였고, 이는 시장의 평판도 저하로 귀결돼 왔다.

신규 상장 과다에 따른 주식 공급은 장기화하고 있는 코스닥의 성과 부진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10년 동안 코스닥은 68% 상승했지만, 시가총액은 211%나 증가했다. 기존 상장기업 주가 상승을 통해 시가총액이 늘어난 게 아니라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상장되면서 시가총액 규모를 키운 것이다. 주식의 신규 공급이 늘어나면 물량 부담으로 주가는 하락 압박을 받게 된다.

코스닥은 영세하다. 상장종목 수는 코스피보다 훨씬 많지만, 이들의 시가를 모두 합쳐도 627조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한 종목의 시가총액 991조원보다 훨씬 적고, SK하이닉스의 660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좋은 종목들이 코스닥을 떠난 탓도 있겠지만 코스닥은 빅스타보다는 고만고만한 종목들이 모여 있는 시장이 돼버렸다.

코스닥이 보여준 실패부터 직시해야

코스닥은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긴 시장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력인 코스피와 개인투자가들이 중심인 코스닥으로 양분돼 있다. 한국의 많은 벤처기업이 코스닥을 통해 상장됐다. 상장은 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신생기업들에 기꺼이 자금을 공급해 줬지만, 이런 노력은 수익률로 보답받지 못했다. 오히려 개인투자가들의 자산은 코스닥에서 장기적으로 훼손돼 왔다.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벤처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지만, IPO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가들의 부를 전문적 투자자에게 이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종목이 상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벤처 입국'의 상징으로, 때로는 '창조경제'의 본산이나 '신성장 산업'의 핵심으로 치켜세워졌지만, 코스닥은 늘 들뜬 나팔 소리가 잦아든 뒤 개인들의 눈물로 마침표를 찍곤 했다. 지수 3000이라는 장밋빛 구호를 외치기에 앞서, 그간 시장이 보여준 실패의 역사를 먼저 직시해야 한다. 토양이 척박한 상태에서 쌓아올린 지수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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