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방관으로 돌아간 전직 의원의 호소 "이태원 참사 재수사, 너무도 잔인"
"모든 소방관들, 현장 지키며 수사받아"
"다시 책임 묻는다는 것은 잔인한 추궁"

오영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너무도 막연하고 참담히 잔인한 추궁으로 느껴진다"며 최근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참사 당시 소방 지휘부에 대한 재수사를 의뢰한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소방관 출신 첫 국회의원이자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소방관이 된 오 전 의원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유가족 분들에게 지옥의 고통, 눈물의 나날이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소방관들 역시 수많은 희생자 한명 한명의 얼굴이 영원한 죄책감으로 각인된 삶일 수밖에 없다"고 재수사 의뢰 재고를 호소했다.

소방관 출신 첫 국회의원이자 현직 소방관, 이태원참사 유족에 손편지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사인 오 전 의원은 6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에게 "평생 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당시 국회의 전 일원으로서, 현장에 출동하는 한 명의 소방관으로서 꼭 전해드려야 할 말씀이 있어 어렵게 펜을 들었다"며 A4용지 세 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전달했다.
오 전 의원은 "더 나은 지휘를 했더라면 희생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 마음을 감히 모른다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특조위가 참사 당시 용산소방서장 등 지휘부 2명에 대해 재수사를 의뢰한 데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도 밝힐 수 없었던 소방 지휘부의 책임을, 또다시 묻는다는 것은 너무도 막연하고 소방대원으로서 참담히 잔인한 추궁으로 느껴지는 마음을 어렵게 한다"고 적었다.
오 전 의원은 특히 '긴급구조통제단을 일찍 가동하지 않았다'는 재수사 사유와 관련해 "그 판단이 이뤄지기 전에 지휘부 현장 상황 전파에 따라 최대한의 소방력이 실시간으로 투입되고 있었다"며 "보건소나 구청 등 어떤 기관에서도 즉각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모든 소방대원들은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소방 지휘부 역시 소방관으로 평생을 헌신했다"며 "사고 이후에도 죄책감과 트라우마 속에서 심리 치료를 받으며 현장을 지켰고 검경의 여러 조사와 수사에 성실히 응해왔다"고도 했다.

"오로지 유가족 분들의 마음과 이해에 달렸다 느껴"
오 전 의원은 "제가 전직이자 현직 소방관인지라 소방관의 편을 든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고, 어쩌면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대원 중의 한 명일 뿐"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더 많이 구하지 못한 죄스러움을 평생 간직해야만 하는 이들이 소방관"이라며 "그 밤 역시, 당시 최대한의 소방력으로 더할 수 없는 노력을 다했음을 확신하는 마음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 등 진상을 더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의 뜻도 거듭 전했다. 오 전 의원은 "당시 조사위원이자 의원으로서, 국회 차원의 모든 노력과 결과가 부족해 여전히 안타깝고 죄스러운 마음"이라며 "모든 의문에 답을 드리지 못하고 가족분들의 한을 풀어드리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삶에 지울 수 없는 시린 한을 가슴 깊이 품으신 모든 유가족 분들의 마음에 다시금 깊은 위로를 올리며, 다급히 써 전한 저의 마음이 혹 작은 상처라도 더해드리지는 않기만을 간곡히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이태원참사 특조위, 지난달 전 용산소방서장 등 현장 지휘부 재수사 요청
한편 특조위는 지난달 27일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과 이봉학 전 현장지휘팀장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하기로 의결하고 서울서부지검 검경 합동수사팀에 수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상, 직무유기 등이다.
앞서 두 사람은 2024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특조위는 새로운 증거들과 기존 수사결과를 종합 분석, 당일 소방 지휘부의 사전 예방 조치가 부족했고 긴급구조통제단이 적시에 가동되지 않았으며 무전 책임자 미지정으로 긴급 상황 정보가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미 사망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 시행되거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중증 환자의 이송이 지연되는 등 현장 혼란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오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고, 22대 총선을 앞두고선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지난해 소방관 공채 시험에 합격했고 올해 1월부터 용산소방서에서 근무 중이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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