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째 멈춘 사형 집행…57명의 사형수는 지금?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2026. 2. 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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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구형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사형제도
사형수들, 세금으로 혜택 받고 빨간 명찰로 특혜 받아
사형제 폐지 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대안으로 부상

(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사형제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조은석 특별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면서다. 재판은 2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다만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하고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더라도 실제 집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30일을 끝으로 30년 가까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형제는 강력사건이 터질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선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 국민의 60% 이상이 사형제에 찬성할 만큼 국민 여론과 현실 사이에 온도 차가 크다. 범죄 피해자들은 "흉악범은 인권이 있고, 피해자는 인권이 없느냐"고 항변한다. 한국에서의 사형제,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사형수는 모두 57명(민간인 53명, 군인 4명)이다.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사형수 2명이 2024년에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두 명이 줄었다.

2025년 8월7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에 실패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구치소 안에서도 악명 떨치는 유영철

이 가운데 한 명이 보성 어부로 알려진 오종근이다. 당시 70대였던 그는 2007년 8월과 9월 전남 보성군 앞바다에서 자신의 고기잡이배에 탄 20대 남녀 대학생 4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후 최고령 사형수로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24년 7월 87세로 사망했다. 

다른 한 명은 강영성이다. 그는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1996년 1월 경남 밀양의 한 단란주점에서 상대 조직원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병원까지 쫓아가 살해했다. 강씨는 1996년 사형이 확정된 후 오씨와 같은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그가 사망한 지 한 달 후에 지병으로 숨졌다. 나이는 58세였다.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를 성별로 보면 전원 남자다. 과거에는 여자 사형수가 존재했으나 모두 형이 집행되거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여자 사형수에 대한 마지막 형 집행은 남자와 마찬가지로 1997년 23명의 사형수가 한꺼번에 처형됐을 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험살인범 엄인숙과 전남편을 잔혹 살해한 고유정 등은 검찰에서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엄인숙의 경우 예쁜 얼굴과 잔혹한 범행수법, 유일무이한 사이코패스 점수 만점 등으로 가장 화제를 모았던 흉악범 중 하나다. 그는 2000년부터 5년간 보험금을 노리고 총 10명을 대상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 중 남편 2명 등 3명이 사망하고 5명은 실명을 비롯해 영구 장애를 입었다. 범행 대상에는 친모와 친오빠도 포함됐다. 엄씨는 사이코패스 진단 결과 40점 만점에 40점을 받았는데, 역대 최고 점수다. 2006년 존속 중상해 등 24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이 확정된 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마지막으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자는 군 사형수인 임도빈이다. 그는 2014년 6월 강원도 고성군 육군 제22사단 GOP 초소에서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범행 후 무장 탈영했다가 군과 대치 끝에 자해를 시도하다 결국 체포됐다. 임씨는 2016년 2월19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민간인 중에는 2015년 8월 사형이 확정된 장재진이 있다. 그는 여자친구가 이별을 선언하자 그의 집에 침입해 부모를 살해하고, 귀가한 전 여자친구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현재 최장기 수감자는 원언식이다. 그는 아내와 종교 갈등을 빚다가 1992년 10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15명이 죽고, 25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원씨는 다음 해인 1993년 11월 사형이 확정된 후 32년째 수감 중이다. 사형수 중 유영철 다음으로 많은 인명을 살상했지만, 연쇄살인범이 아닌 '대량살인범'에 해당한다. 보통 1차 범행 후 얼마간의 심리적 냉각기를 가졌다가 다시 범행에 나서 2명 이상을 살해한 경우 연쇄살인으로 분류하는데, 원언식은 한 장소에서 심리적 냉각기 없이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인명을 살해해 대량살인에 해당한다.

최연소 사형수는 2013년 '강화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인 김민찬이다. 당시 사건으로 4명이 죽고, 2명이 부상당했다. 김씨는 19세 때 사형 판결을 받았다. 외국인 사형수는 중국 국적의 왕리웨이가 유일하다. 그는 2001년 경기도 안산시 일대에서 심야에 혼자 다니는 여성 8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이 중 2명을 강제추행한 후 돌과 쇠망치로 살해했다.

사형수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연쇄살인범들이다.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 등은 형이 집행되지 않아 미결수 신분이다. 이들의 수감생활도 여전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 최단 기간(10개월), 최다(20명) 살인범인 유영철의 경우 2009년 미국 유명 잡지의 '세계의 연쇄살인범 31인'에 선정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악명을 날렸다. 유영철은 자신의 악명과 사형수 신분을 마치 훈장처럼 여기고 구치소 안에서도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켜 악질 중 악질로 정평이 나 있다.

연쇄살인범으로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유영철, 강호순, 정두영(왼쪽 사진부터). ⓒ사진 공동취재단, 시사저널 박은숙, 연합뉴스

세금으로 연간 1회 이상 건강검진 실시

일부는 호시탐탐 탈옥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돈을 벌기 위해 9명을 살해해 일명 '직업 살인범'으로 불린 정두영이다. 그는 2009년 8월 대전교도소 담장을 넘어 탈옥하려다 붙잡혔다. 당시 삼중 울타리 중 두 개를 넘고 마지막을 넘다가 발각돼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탈옥에 성공했다면 십중팔구 또다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았을 것이다.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은 구치소 생활에 가장 잘 적응한 사례다. 단순히 규칙을 잘 지켜서가 아니라 수감생활에 완전히 적응해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강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피해자나 유족에게 죄책감을 느끼거나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독방 안에서 그림 등 취미생활에 푹 빠져 있다고 전해진다. 

사형수들은 교도소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일반 재소자와 달리 형이 집행되지 않은 '미결수' 신분이다. 구치소 안에서는 '최고수'로 불린다. 더 무거운 형량을 받은 수감자가 없다는 뜻이다. 이들은 원칙적으로는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에 수감된다. 일반 기결수와 달리 교정·교화 프로그램 대상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연사할 때까지 사형수로 있는 것도 아니다. 죄질과 수형 태도 등을 종합해 감형 혜택도 주어진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1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도 가능하다. 현행 형법 제73조에 따르면, 유기징역형을 선고받으면 형기의 3분의 2, 무기징역형은 1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다. 사형수에서 무기수가 되면 기결수 신분으로 바뀌어 교도소로 이감된다. 이런 경우 사형수로 수감돼 있던 기간은 교정 기간에서 제외되고 새롭게 형기를 시작하게 된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지금, 사형수에게 구치소나 교도소는 호텔이나 다름없다. 실제 범죄자들 사이에는 '국립 호텔'로 불린다. 문제는 이들을 위해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형수 1명을 관리하기 위해 드는 연간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사형수들을 먹이고 재우는 데 연간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심지어 연 1회 이상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비용은 세금으로 부담한다. 2006년 이후 건강보험예탁금이 배정돼 국가 부담으로 건보 가입자와 동일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사형수는 독방 수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대부분 혼자 방을 사용한다. 물론 구치소의 수용시설 수준에 따라 혼거실에 수용되기도 한다. 

사형수는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노역도 하지 않는다. 2008년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사형수도 희망자는 정역(일정한 노역)에 참여할 수 있다. 작업 시간은 하루 5~6시간이며, 작업 종류에 따라 노임을 받는다. 그렇다고 위험하고 힘든 노역인 것도 아니다. 인형 눈을 붙이는 것 같은 단순 노역이 대부분이라는 전언이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독거 사형수는 하루 1시간, 혼거 사형수는 하루 30분 운동 시간이 야외활동의 전부다. 거의 매일 구치소에 있으면서 형 집행을 기다리는 것이 일과라면 일과다. 

교도소 안에서 사형수는 일반 수형자와 달리 빨간 명찰을 단다. 옛날부터 교도소 안에서는 빨간 명찰에게 관행적인 편의가 제공됐다. 사형 집행이 있을 당시엔 '곧 죽을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마지막 배려 차원이었지만, 지금은 이것이 사형수 수형생활의 특혜로 작용한다. 

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특검에 의해 사형이 구형된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사형제, 헌재에서 '위헌 결정' 가능성 커져

사형제는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국민 대다수가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지만, 국민 감정에 편승해 사형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국제사회에서의 국익과 외교 문제 등이 걸려 있는 등 사형을 집행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별로 없다.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두 번에 걸쳐 사형제 위헌 여부를 심사했다. 1996년에는 7대 2로 사형제 존치에 대한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14년 후인 2010년에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지기는 했으나 5대 4로 존치와 폐지 의견이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사형을 선고해도 집행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현실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세 번째 사형제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이다.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우리나라 형벌 제도나 교도 행정 등은 사형이 시행될 당시에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현실적인 법 개정'을 주문해 왔다.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사형제 폐지 법안이 총 10차례 발의됐다. 

지난해 11월에는 범여권 의원 65명이 참여해 사형제를 폐지하는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종신형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이재명 정부에서 사형제 폐지가 현실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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