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상생이 곧 경쟁력"… 협력사에 ‘등대공장’ 노하우 나누는 LG전자
상생형 스마트공장 생태계 조성 나서
신규 장비 도입 무이자로 자금 지원도
협력사 기술 2,000건 이상 보호 기여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지침 도입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글로벌 기업의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협력사와의 상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요건이 됐다. 개별 기업의 역량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단단한 연대와 경쟁력이 기업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LG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해법으로 협력사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넘어, 자사가 보유한 세계 수준의 스마트 제조 노하우와 기술력을 협력사에 적극 이식하며 함께 성장하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공정 자동화 도와 협력사 생산성 4배↑
LG전자의 상생 노력은 협력사 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경남 창원시에서 건조기 부품 사출과 조립을 담당하는 협력사 A 사례가 대표적이다. A사는 과거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고 품질이 들쑥날쑥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LG전자는 A사에 스마트공장 전문가를 파견했다. 이들은 원재료 투입부터 품질 검사까지 생산 전 공정에 걸쳐 개선점들을 도출한 다음 원재료 투입 공정을 자동화하고 비전 검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작업자의 손기술과 노하우에 의존하던 공정이 자동화하자 생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제품 품질도 균일해졌다. 공정 자동화 전과 비교하면 A사의 생산성은 4배 이상 올라갔으며, 검사 불량률은 20% 이상 낮아졌다. 또한 생산 공정에서 작업자의 개입이 줄어 안전성도 대폭 향상됐다.

경남 창원시에서 식기세척기 부품을 조립하는 B사 역시 LG전자와 함께 진행한 상생형 스마트공장 프로그램을 통해 품질과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LG전자는 B사 공정에 최적화한 다관절 로봇을 도입해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부품 공급과 조립 라인을 자동화했다. 자동화 라인 구축 전과 비교하면 B사의 조립 불량률은 80% 이상 낮아졌고, 생산성은 30% 이상 올라갔다.
LG전자는 이처럼 사내 생산기술 전문가를 협력사에 파견해 가공, 조립, 포장, 물류 등 생산 전 과정을 점검하고, 공정 자동화로 업무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 LG전자에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협력사는 250곳이 넘는다.
기술 노하우 나눠 '등대 협력사' 육성
LG전자는 자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팩토리 기술력을 협력사에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LG전자의 창원 LG스마트파크와 미국 테네시 공장은 경쟁력을 인정받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선정됐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제조업에 적용해 혁신을 이끈 소수의 공장만 매년 등대공장으로 뽑힌다.
LG전자는 이런 기술 노하우를 국내 중소기업에 맞춤형 설루션으로 이식해 '등대 협력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12일 창원 R&D센터에서 열린 '2025년 협력회 정기총회'에서는 이를 위한 동반성장 방향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협력회는 LG전자와 협력사 간 동반성장을 위해 조성한 자발적 협의체로, 2013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총회와 워크숍을 하고 있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83개 협력사 대표는 창원 LG스마트파크를 직접 방문해 △로봇 기반 공정 자동화 △인공지능(AI) 기반 외관·소음 검사 △자율이동로봇(AMR) △설비·공정 이상 감지 △디지털 트윈 등 LG전자의 최첨단 스마트팩토리 설루션을 체험했다. 현장을 둘러본 협력사 대표들은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높은 생산성과 디지털전환(DX) 기반의 품질 관리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향후 투자에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동반성장을"
LG전자는 기술 지원뿐 아니라 금융 지원과 기술 보호 등 다각적인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협력사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협력사의 자금 유동성을 위해 '상생결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상생결제는 협력사가 만기일에 현금 지급을 보장받고, 결제일 전에도 대기업의 신용을 토대로 낮은 금융 비용으로 결제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를 통해 협력사는 필요한 자금을 제때 활용할 수 있어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LG전자는 1,000억 원 규모의 ESG 펀드를 포함해 총 3,0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를 운영하며 경영자금이 필요한 협력사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신규, 자동화 설비 도입에 투자해야 하는 협력사에는 매년 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무이자로 제공하며 제조 경쟁력 확보를 돕는다.
협력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임치제도'도 2013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는 협력사가 개발한 기술 자료를 대·중소기업과 농어업협력재단에 위탁 보관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제도로, LG전자는 현재까지 2,000건이 넘는 기술 임치를 지원해왔다. 이 밖에도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통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협력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협력회 정기총회에서 LG전자와 협력사들은 미국 관세 부담과 시장 경쟁 심화 등 급변하는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동반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협력사의 기술 혁신 활동과 성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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