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약속 안 지켰다” 25% 관세 꺼낸 미국…디지털 규제 고치게 될까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6. 2. 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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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세계 각국 정부를 긴장시켰던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조치를 기억하시나요? 우리나라는 몇 달을 정부와 기업들이 걱정한 끝에 11월이 되어서야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내리는 대신, 한국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죠.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꽤 괜찮은 협상 조건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이렇게 한숨 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협상이 다시 시작됐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에 부과하는 품목별 관세와 대부분 품목에 부과하는 상호 관세율을 25%로 다시 되돌리겠다고 기습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에요. 한국이 관세 인하의 조건으로 약속한 투자 준비를 안 하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어요.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등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거예요. 미국 정부는 관세율 인상을 공식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협상
사실 미국 측이 한국과 타결한 무역 합의를 근거로 압박을 해오는 분야는 ‘투자 속도’ 뿐은 아니에요. 실제로 지난해 11월 양국이 무역 합의에 관한 공동 설명 자료를 발표한 후에도 양국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요소들이 여럿 꼽혀왔거든요.

대표적인 게 ‘디지털 규제 장벽’이에요.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망 사용료, 고정밀 지도 반출 등은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야죠. 미국 측은 얼마 전에도 한국 정부에 “공동 합의에 담겼던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빅테크를 한국 기업과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해요.

물론 한국 정부는 이런 현안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율 재인상 선언’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지만, 다시 미국과의 협의에 나서야 할 상황에서 기민하게 반응해야 할 문제인 건 사실이에요. 미국이 가진 여러 분야의 불만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겠죠. 당장 우리 정부는 관세율을 다시 올리겠다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으로 보냈는데도,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어요.

미국이 싫어하는 디지털 장벽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꽤 중요하게 여겨질 ‘디지털 규제 장벽’이란 건 도대체 뭘까요? 오늘은 미국 측이 ‘디지털 장벽’으로 지목한 현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봤어요. 꽤 오랫동안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는 만큼 한방에 정리해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① 망 사용료 부과 논쟁

‘망 사용료’란 구글·넷플릭스 등 막대한 양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거대 사업자들이 통신사에 인터넷망 사용의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말하는데,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고 있어요. 구글이나 넷플릭스도 이미 인터넷 접속료는 내고 있어서 ‘왜 망 사용료를 별도로 내야 하느냐’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에요.

망 사용료는 평범한 개인이나 기업들이 인터넷을 쓰기 위해 내는 ‘인터넷 접속료’와 조금 달라요. 우리가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볼 때, 데이터는 한국 통신사와 미국 통신사를 모두 거쳐요.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에 영화를 보내면, 그걸 미국 통신사가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여러 통신사를 거쳐서 다시 한국 통신사에 보내고, 그 영화를 우리가 보는 거죠.

조금 복잡하지만, 국제 택배가 중간에 허브 물류창고들을 거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이렇게 데이터가 미국 통신사에서 허브를 거쳐 한국 통신사로 넘어올 때의 비용은 ‘상호 접속료’라고 하는데요. 이 돈은 소비자나 유튜브가 내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통신사끼리 정산해 왔어요.

한국에서 유튜브를 보면, 한국 통신사가 미국 통신사에 상호 접속료를 내온 거예요. 인터넷 이용자가 너무 많아 상호 접속료를 따로 청구하기 힘드니까, 일단 통신사끼리 정산하고 이 비용을 적당히 인터넷 접속료에 반영해 온 거예요.

하지만 고화질 동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데이터 전송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해외에서 넘어오는 데이터가 폭증해 통신사들이 계속 추가로 통신망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통신사들은 구글과 넷플릭스 등 일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초고속 인터넷망을 가장 많이 이용하면서도 추가로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어요.

*2023년 12월 기준.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래서 국내 통신사들은 미국 통신사에 정산해야 하는 상호 접속료와 추가 통신설비 설치 비용 중 일부를 미국 콘텐츠 회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벌이기도 했어요.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와 오랜 법정 공방을 벌이다 일부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고 합의한 바 있어요. 이게 바로 ‘망 사용료’인 셈이죠.

아무래도 망 사용료 지급이 법으로 정해지거나 일반화되면, 돈을 가장 많이 내는 건 구글(유튜브)이나 넷플릭스 같은 미국 IT 기업들이에요. 당연히 미국은 망 사용료가 ‘디지털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며 망 사용료 지급 법제화에 반대하고 있어요.

②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

구글 지도는 유독 한국에서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쟁 서비스에 비해 기능이 좋지 않아요. 고정밀 지도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구글은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오래전부터 요청해 왔지만, 안보상 위험을 이유로 한국 정부는 정밀한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거부했어요. 정밀한 지도가 구글의 자체 인공위성 데이터로 만든 지도와 결합하면, 우리나라 주요 안보 시설을 아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본 거예요.

구글이 해외에 있는 데이터센터로 가져가 다룰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데이터는 ‘1대 5000 축척 지도’예요. 1대 5000 지도는 실제 50미터를 지도에 1cm로 표현하는 지도인데, 골목길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이에요. 현재 구글이 한국에서 구글 지도에 쓰고 있는 데이터는 ‘1대 2만 5000 축척 지도’여서 상대적으로 정밀도가 낮아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구글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서 해외로 데이터를 가져가지 않고 활용하거나, 군사 시설 등 보안 시설을 가림(블러) 처리해서 해외로 가져가 쓰는 방법을 제안했어요. 구글은 이 제안을 거절했고요. 이후 정부는 고정밀 지도 반출을 계속 거부해 왔어요.

구글은 최근 들어 더 적극적으로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하고 있어요. 기존엔 거절했던 보안 시설의 가림 처리 조치도 받아들이겠다며 데이터를 다시 요청하는 모습이에요.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어요.

미국 정부는 안보상 필요로 제한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해요. 구글이 가림 처리 등에 응했고, 관세 위협도 거센 만큼 조만간 반출이 허용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와요.

③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온라인플랫폼법’도 미국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대표적 디지털 규제 중 하나예요. 아직 제정되지도 않은 법이고, 초기 구상보다 많이 완화된 규제로 수정돼 추진 중임에도 미국이 강하게 반대해 아직 법제화되지 못했어요.

온라인플랫폼법은 거대 정보기술(IT) 플랫폼들이 특정 산업을 독점하지 못하게 더욱 철저히 감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플랫폼 시장은 독과점화가 빠른 특성이 있고, 이후에는 새로운 업체가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한국에 들어온 미국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구글과 애플 등 주요 IT 기업은 대부분 규제받게 돼요. 국내 기업 중엔 이 정도 영향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아서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만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대요. 미국이 반길 리 없겠죠.

‘불똥 튈라’ 걱정하는 기업들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미국의 세계적 IT 기업들이 세계 각국에 발휘하는 영향력은 엄청나요. 영향력이 큰 만큼 각국 정부들은 이 기업들이 소비자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견제하고 싶어 하죠. 우리도 앞서 언급한 몇몇 디지털 규제들로 그런 장치들을 마련하려 한 거고요.

하지만 미국의 반발을 고려하면, 쉽게 의도대로 되진 않을 것 같아요. 국내 IT 기업들은 ‘외국 기업을 규제하려다 한국 기업만 불리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까지 하는 분위기라고 해요. 여러 규제를 만들었는데, 막상 미국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 기업에는 제대로 적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거예요.

이제는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관세 칼날’의 위협은 여전히 우리를 겨누고 있어요. 관세율은 합의한 대로 유지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에 어떤 것들을 내어줘야 할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어요. 지난해 비교적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끌어냈다고 평가받은 한국 정부, 다가올 협상들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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