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 행정통합 논의에서 빠져 있는 ‘교육’
교육계 거센 반발 “교육을 행정 효율의 하위로”
경남지역도 “교육 빠진 통합 지속 가능하지 않아”
통합 논의 거론 속 교육 중심 공론화 요구 커져

행정통합 논의가 전국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경남에서도 부산과의 통합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교육자치'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실종된 상태다. 교육계는 통합 과정에서 교육이 뒷전으로 밀릴 경우 지역 간 교육 격차 확대와 교육자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통합 특별법안 교육자치 훼손 우려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 지역은 행정통합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설 연휴 전 법안 처리와 늦어도 2월 말까지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 시계가 빨라지면서 교육 단체들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 교육 주체들은 "교육이 독립적인 영역이 아닌 행정 효율의 하위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한 교육자치 약화와 교육재정 소외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특수목적고 설립 권한을 둘러싼 조항이 논란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권한을 시장과 교육감이 나눠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계는 이를 교육자치를 약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통합교육감 체제에 따른 현실적 부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할 지역이 넓어질 경우 행정 수요는 늘어나지만, 정책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교육장 자격·임용 기준의 조례 위임 조항을 두고는 보은 인사 우려가 제기된다. 작은 학교 통폐합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는 "행정통합이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교육 예산의 독립성 보장과 인사·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교육장 임용 등 인사권의 교육 전문성 강화 △교육재정 보호 장치의 법률 명문화 △학교 설립·교육과정 특례 조항 재검토 △졸속 입법 중단과 지역 교육공동체 숙의기구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경남 교육계 "교육 중심 공론화 필요"
경남에서는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교육을 중심에 둔 충분한 숙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충수 경남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이 빠진 통합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통합과 경제통합이 한쪽 날개라면, 교육과 사람에 대한 통합은 다른 한쪽 날개"라며 "두 날개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통합은 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울산 같은 대도시로 인구와 자원이 집중되는 이른바 '빨대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경남의 군 단위 지역과 서부·농산어촌 지역은 더 빠른 소멸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진 전교조경남지부 정책실장은 통합 여부 자체보다 왜 통합이 필요한지,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 행정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인 만큼, 다양성과 맞춤형 지원이 강조되는 시대에 단순한 규모 확대에만 몰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 논의는 반드시 교육의 공공성과 평등한 교육 기회, 교육 격차 해소라는 가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을 중심에 두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공론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초광역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교육자치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통합 특별법 제정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협의회는 "현재 논의 중인 특별법안의 교육 관련 내용은 아이들 미래를 담보하기에 부족하다"며 "교육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전제로 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초광역 행정체제 출범, 지방교육자치의 길은?'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문제 의식이 제기됐다. 고전 제주대 교수는 "교육청은 시·도의 하부기관이 아닌 별도 분장기관"이라며 교육자치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최철호 청주대 교수도 "행정통합은 효율성 문제지만, 교육자치는 헌법적 가치의 문제"라며 "지방교육자치를 전제로 한 논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남·부산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수도권 1극 체제를 완화하고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통합 교육청은 다음 세대의 몫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차기 교육감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3선 제한으로 올해 상반기 임기를 마무리한다.
전창현 경남교육감 예비 후보는 9일 행정통합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연다.
/문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