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자들, 원인불명 변동성 장세에 혼란

배준호 기자 2026. 2. 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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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급락하며 6만달러까지 추락
6일 하루만에 17% 폭등...3년래 최대폭 상승
급락·급등 원인 모두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비트코인 최근 1개월간 가격 추이. 단위 달러. (출처 코인마켓캡)

가상자산 시장에서 ‘원인불명’의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약 1.5% 하락해 6만9000달러(약 1억1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5일 한때 6만달러까지 추락해 시장을 공포에 몰아넣은 바로 그다음 날 최대 17% 폭등하면서 2023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일일 상승 폭을 기록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 뒤 비교적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이더리움 가격은 이날 약 1.7% 오른 2090달러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최근 가상자산의 걷잡을 수 없는 변동성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날의 급등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7일간 하락 폭이 12%에 달하며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로는 반 토막이 났다. 이더리움 가격도 전날의 급등세에도 7일간 15% 가까이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급락이나 전날 10% 이상의 반등 원인 모두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전날 급격한 반등을 보였지만, 지난주는 가상자산 시장에 있어 역사적으로 최악의 한 주 중 하나였으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하락세가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져 온 조정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2025년 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 가상자산 기조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꺾였다는 것이다.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약화됐다.

시가총액 기준 최대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흔들리자 다른 코인들도 동반 약세를 보였고, 전체 가상자산 시장 가치도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며 2조달러 이상의 가치가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비트코인 주화 이미지. (연합뉴스)

이번 낙폭은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이 5일 하루 동안 13% 급락한 것은 2022년 11월 샘 뱅크먼-프리드의 FTX 거래소 파산 이후 최대 단일 낙폭이다.

기관 자금 흐름도 약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3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4년 초 ETF 출시 이후 최장 기간이다. ETF는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코인을 보유하지 않고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며 가격 하단을 지지해왔지만, 최근에는 방어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급락과 반등을 설명할 ‘명확한 촉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급락 국면에서는 테라·루나 붕괴나 FTX 파산처럼 시장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이 뚜렷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결정적 악재가 부재하다는 평가가 많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지난해 10월 고점 이후 밀리기 시작한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금융시장을 흔들며 대규모 청산을 촉발했던 점을 지목했다. 당시 하루 만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포지션이 정리됐고, 이후 투자자들의 거래 심리가 위축되면서 회복이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의 ‘서사’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과거 인플레이션 헤지, 달러 가치 하락 방어, 기술주 대체 자산 등 다양한 투자 논리로 주목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논리도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결국 시장을 지탱하는 것은 ‘디지털 화폐의 미래’를 믿는 일부 장기 투자자뿐이라는 것이다.

가격 급락은 기업에도 직격탄이 됐다. 지난해 유행했던 ‘디지털 자산 재무회사(DAT)’ 모델을 채택한 상장사들은 비트코인 보유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겠다고 내세웠지만 시장 조정 속에 손실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축적해온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5일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이 124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업계 전반의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일부 투자자들은 더 안정적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디파이라마(DefiLlama) 집계에 따르면 이번 급락 국면에서도 주요 거래소에는 고객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2022년과 같은 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10월 이후 시장 유동성이 얕아진 점은 불안 요인이다.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면 작은 매수·매도에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 ‘시장 깊이(market depth)’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블룸버그는 시장조성자들이 다시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