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가치…7인의 시선

박지혜 기자 2026. 2. 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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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미술관 'Enigmatic Senses: 낯선 감각의 세계에서']

자폐 스펙트럼 작가 작품 한자리
전통민화, 현대적 감각 재구성
무수한 선 세계 밀도있게 표현
서로 다른 기억 회화적 언어 해석
▲ 벗이미술관 기획전 'Enigmatic Senses: 낯선 감각의 세계에서' 전경.

벗이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6 1분기 오티즘(autism, 자폐증) 기획전 'Enigmatic Senses: 낯선 감각의 세계에서'는 서로 다른 감각 구조와 인지 경험으로 상이한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작가 7인(권세진, 김병윤, 김수광, 김치형, 박찬흠, 손우진, 이재영)을 소개한다.

전시는 전통 민화의 상징적 질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김병윤의 회화적 실험에서부터 시작한다. 한지 위 수묵채색을 통해 민화 특유의 담백한 운필과 평면적 색채감을 유지하는 그의 작업은 명확한 형태감과 균형 잡힌 화면 구성으로 현대적 미감까지 살려낸다.

박찬흠은 무수한 선의 집적을 통해 특유의 세계를 구축한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드로잉은 대상에 대한 관찰의 깊이와 감정의 밀도를 동시에 드러낸다. 권세진은 도시와 기계의 구조 속에서 발견되는 질서를 회화적 언어로 번역한다. 산업화의 기호들이 단순한 기술적 재현을 넘어, 구조와 감성의 경계에서 재해석된 새로운 시각 장면이다.
▲ 벗이미술관 기획전 'Enigmatic Senses: 낯선 감각의 세계에서' 전경.
▲ 벗이미술관 기획전 'Enigmatic Senses: 낯선 감각의 세계에서' 전경.

김치형은 블랙 유머와 서사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세계를 선보인다. 익숙한 현실의 공간을 의도적으로 비틀어 우리가 외면해 온 불안과 공포, 인간 본성의 양면을 드러낸다. 시간과 기억, 세계의 구조를 시각적 질서로 전환하는 손우진은 미세한 도형과 기호, 건축 형태를 조합해 복잡한 질서를 화면 위에 구축한다.

이처럼 전시에 소개된 작업들은 규범적 형식이나 통념적 미술 언어에 의존하지 않는다. 작가 개개인이 체감해 온 리듬과 흐름이 유일한 구성 원리로 작동해, 전시 공간은 서로 다른 감각적 주파수가 교차하고 반응하는 장이 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장애와 예술, 제도와 표현, 기준과 다양성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전복시켜 사유의 계기를 선사한다. 작가들이 구축한 감각의 언어는 예술이 무엇을 다루고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확장하고, 관람객에겐 감각의 차이를 인지하고 응답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 벗이미술관 기획전 'Enigmatic Senses: 낯선 감각의 세계에서' 전경.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특정한 감각을 설명하거나 해석하기보다, 서로 다른 감각의 구조가 전시 공간 안에서 나란히 존재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며, "작가들의 작업은 감각의 차이를 결핍이나 특이성으로 규정하지 않고 세계를 인식하는 또 하나의 유효한 방식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4월 19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1만원이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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