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막아도 로봇은 온다…‘다크 팩토리’는 피할 수 없는 미래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2026. 2. 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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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세 속 토요타와의 협력…‘피지컬 AI’로 반격 나선 현대차
무인공장 현실화…노동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의 변화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2024년 10월27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이 함께 등장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선 두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폭발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눈에 띌 만한 혁신적인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현대차와 토요타는 휴머노이드 개발에 관한 협력을 선언했다. 시장은 그 파급효과를 이제야 깨닫고 있다.

그보다 6개월 전인 2024년 4월17일, 보스턴다이내믹스(BD)는 휴머노이드 로봇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BD는 완전 자동화를 강조했으나 단순 부품만 옮기는 모습 그리고 실제 작업 현장이 아닌 데모 공간에서 촬영한 3분 영상은 조롱과 비난만 받았다. 그러나 영상 공개 2주 전, BD와 토요타의 리서치연구소는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뉴 아틀라스의 미래를 조용히 준비해 왔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1월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산업용 로봇 밀도

세계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로봇 아틀라스가 최고 로봇(Best Robot)상을 받았다. 이후 현대차의 주가는 폭등을 거듭했고, 노조는 로봇의 등장에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람보다 유연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극한의 기온을 견딜 수 있고 360도 카메라로 주변까지 탐지한다면 이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이 바보일지 모른다.

로봇이 자동차 분야에 도입된 배경을 조금 더 살펴보자. 제조업은 사람의 창의력을 누군가의 손과 발로 정밀하게 실행해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분야다. 제조 분야 중에서 창의력, 첨단기술, 그리고 기술융합이 총집결된 제품은 자동차다. 아틀라스를 지켜본 이들은 자동차 공장에 로봇이 도입될 것을 우려했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2023년부터 산업용 로봇 밀도에서 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공장에서 조립과 용접을 반복하는 로봇팔을 체감하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로봇팔은 상황을 판단하거나 추론하고 지각하지 못한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말 그대로 문서, 지식 검색 등 텍스트라는 인터페이스에서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하기에 제조, 로봇, 물류 같은 물리적 세계의 데이터를 입력, 적용, 해석하는 데에선 아직 한계가 존재한다. 로봇이라는 하드웨어 영역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BD와 AI 첨단 모델을 개발 중인 토요타의 협력은 그래서 필연적인 상황이다. 아틀라스는 그에 따른 산물이다.

현대차가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로봇-자율주행-AI를 연결한 '피지컬 AI' 전략을 구체화하자 증권가는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65만원에서 85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연내 100만원 돌파가 꿈이 아니란 경제 유튜버들의 분석도 이어졌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의 주력 사업은 자동차 생산 및 판매"라고 강조하지만 현대차는 2020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라는 프레임을 넘어 모빌리티, 로봇,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꿔왔다.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고 선언한 노조의 주장은 타당할까. 일리가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에 AI를 얹어 공장에 투입, 인건비를 최소화하면 자동차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오리건에 본사를 둔 휴머노이드 개발 기업인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단순 반복 업무, 육체노동 등의 사람 일자리는 미국을 시작으로 점차 사라진다고 단언했다.

현대차가 피지컬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이유는 중국의 공세 때문이다. 18~19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과 비교할 때 중국은 생활 수준, 가내수공업 등 당시 상황이 영국과 유사했음에도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중국은 기계를 개발하기엔 노동력이 넘쳐났고 기술 개발에 주력하지 않아도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노동력에 올인하며 기술력을 배제한 역사적 패착을 중국은 기억하고 있다.

2025년 9월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노동의 본질에 대한 사회적 숙의 필요한 시대

제조업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려면 노동자의 손과 발에 깃든 '생활의 달인'과 같은 노하우를 학습해야 한다. 중국은 이를 축적하기 위해 제조업 공장에 스마트 글라스를 도입해 노동자의 시선, 작업 행동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시간과 동작을 세밀히 분석·연구해 작업 과정과 실적을 표준화한 미국의 경영학자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이 115년 만에 다시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이다. 피지컬 AI를 선도해야 할 중국의 관점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중국은 AI를 기점으로 미래 산업혁명을 반드시 주도해야 한다는 국가적 비전을 갖고 추동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2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 중국 역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기에 노동력을 휴머노이드로 대체해야 한다는 당의 목소리에도 명분이 실렸다. 중국의 공세에 미국과 EU가 피지컬 AI 전략을 발표하고 실리콘밸리가 대응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토요타 역시 고민 끝에 손을 잡았다.

결국, 아틀라스의 공장 진입을 막기는 불가능한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AI와 로봇에 의한 무인공장 운영은 더 이상 꿈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자동화된 세상에서 노동자에게 필요한 역량, 노동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세상이 도래했다. 정부는 로봇을 도입한 기업의 생산성을 기업의 고용 유지, 인재 교육과 연계하는 방식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인간적 존엄성이 기계적 효율성으로 대체되지 않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3년은 AI 열풍을 두고 버블과 혁명이란 상반된 평가가 이어진 시기였다. 2026년 현재, 논쟁의 무게추는 점점 혁명 쪽으로 기울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AI)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로봇)를 장착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위기론은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됐다. 아틀라스는 고용이 줄어들 음울한 미래를 노동자에게 제시했다. 반대로 생산성은 확고히 높아질 것이란 희망 섞인 미래를 시장과 투자자에게 선사했다.

공장에 사람이 없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가 스마트 팩토리일까. 블루칼라도 이젠 위기다. 노동의 본질과 미래에 관한 사회적 숙의가 필요한 시기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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