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준기 DB 회장 검찰 고발… 15개 계열사 은폐 "사익 활용"
"동일인 측 지배력 요건, 계열 관계 밝혀낸 최초 사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에 동곡사회복지재단 포함 15개 계열사를 빼고 허위제출한 DB 동일인 김준기(사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DB가 지난 2010년부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이들 계열사를 활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6년부터는 이들 재단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가 DB 기업집단과 계열사 관계가 일반적 '지분율 요건'이 아닌, 동일인 측의 지배적 영향력 행사를 입증한 최초의 사례란 점에서 주목된다.
공정위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DB 소속 법인에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회사 15개를 누락해 지정 자료를 허위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김 창업회장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정위는 DB 측이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을 김 창업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계열사로 삼았다고 봤다. 특히 DB아이엔씨를 통해서는 제조서비스 계열사를 장악했다고 판단했다.
DB하이텍의 경우 DB 소속 비금융계열사 중 재무규모가 가장 크지만 김 창업회장 측 지분율이 23.9%(자사주 제외) 정도로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재단회사들을 동원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음잔디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DB측은 오로지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확대와 사익 추구였고 재단회사들은 그야말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례도 있었다"며 "재단회사들의 이러한 행태는 독립적인 회사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집단 DB 현황.[공정거래위원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dt/20260208161045932jqre.jpg)
공정위 조사 결과, 재단회사들은 2010년에 BD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위해 DB캐피탈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 불필요한 부동산을 DB하이텍으로부터 매수하기도 했다.
김 창업회장은 2021년 필요한 자금을 재단회사 중 하나인 빌텍으로부터 220억원 대여받았다. 이후 대여받은 돈을 중도 상환했다 다시 취소하기도 했고, 중도 상환 수수료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DB 측은 재단회사를 동원해 거래할 때마다 공정위의 감시를 우려해 위장 계열사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여러 번 분석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조사과정에서 김 창업회장과 딸의 주력 계열사들이 재단회사로부터 수년간 자금·자산을 거래한 내역을 다수 확인했다.
DB와 재단회사 간 임직원 겸임을 비롯, 수십년 간 인사교류가 이어져 왔으며, 핵심 재단회사인 삼동흥산, 빌텍 및 삼동랜드의 대표이사는 DB 소속회사 근무 경력이 있는 자들로 구성됐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음 과장은 "DB가 재단회사들을 장기간 은폐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의 각종 규제를 면탈했다"며 "부당 지원 등에 대한 법적·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나 재단회사들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고 보고 고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동일인 측의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인 지배력 요건을 여러 증거와 거래 관계, 구체적인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열 관계를 밝혀낸 최초의 사례란 점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허위 자료 제출을 이유로 기업 총수를 검찰 고발한 것은 지난해 8월 농심 신동원 회장을 고발하기로 한 뒤 6개월 만이다.
세종=원승일 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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