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준기 DB 회장 고발…“위장 계열사, 총수일가 사익 활용”

김윤주 기자 2026. 2. 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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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 전 디비(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021년 2월1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위장 계열사를 운영한 혐의로 디비(DB)그룹의 동일인(총수)인 김준기 디비그룹 창업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8일 김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 및 그 산하 회사(재단회사) 15곳 등을 소속 현황에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디비가 그간 계열사 내역에 포함하지 않았던 이들 재단 및 재단회사가 김 회장의 지배력이 미치는 실질적 계열사이며, 최소 2010년부터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2016년부터는 재단회사들을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다만 공소시효에 따라 2021~2025년 5년간의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해서만 고발했다.

공정위는 재단회사들이 총수일가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 조달, 지분 확보, 경영권 방어 등에 수시로 동원됐다고 했다. 이는 주로 디비의 지배구조상 김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핵심 계열사인 디비아이엔씨, 디비하이텍과 관련해 이뤄졌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2021년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단회사로부터 220억원을 빌렸다. 해당 재단회사는 직전에 디비하이텍으로부터 받은 부동산 매각 대금이 있었다. 재단회사는 김 회장에게 빌려준 돈을 1년 뒤 돌려받고 동일한 금액으로 디비하이텍 지분을 취득했다. 공정위는 “금융기관도 아닌 회사가 이렇게 큰 금액을 다른 기업집단의 총수에게 대여해 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자금 흐름을 보더라도 디비하이텍에서 나온 자금이 디비하이텍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2022년에는 디비아이엔씨가 자금이 필요해 보유한 디비하이텍 지분을 1% 정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단회사가 디비아이엔씨가 매각하려는 지분율과 유사한 비율(1.1%)만큼 디비하이텍의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기업집단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이 밖에 재단회사들이 △디비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위해 디비캐피탈 등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디비하이텍의 부동산을 매수(2010년) △디비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시 디비캐피탈 등으로부터 무리한 대출을 받아가며 동부컨소시엄에 참여(2013년) △디비에 대한 경영권 공격이 있던 시기 무리한 금액을 차입해 디비아이엔씨 및 디비하이텍의 지분을 취득(2023년)한 사례 등도 있었다.

공정위는 디비가 내부 문서에서는 재단회사들을 계열사로 관리하면서 관계사 배포 시에는 삭제하는 등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은폐한 정황도 확인했다. 디비와 재단회사 간 수십년간 다양한 인사교류가 이뤄졌고, 주요 재단회사의 임원 및 대표이사들이 디비 소속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들로 구성되는 등 디비 쪽이 재단회사 인사에 관여한 정황도 나타났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지정자료 허위제출 사실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현저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디비는 재단 및 재단회사들을 장기간 은폐하고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각종 기업집단 규제를 면탈했다. 결과적으로 부당지원 등에 대한 법적·사회적 감시에서 벗어나 재단회사들을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 및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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