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각광처럼 예수 중심으로 모여들다 [김용우의 미술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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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앤트워프 성모 대성당에는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1577~1640년)의 그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The Descent from the Cross)'가 있다.
우리에게 이 작품은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데, 만화 속 주인공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그림이다.
앤트워프 성모 대성당에서 꼭 봐야 하는 루벤스의 그림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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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의 미술思 47편
파울 루벤스의 작품 세계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세 폭으로 구성된 제단화의 美
바로크 시대 그림답게 극적 표현
예수 중심으로 빛과 시각 집중돼
![루벤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패널에 유화, 421×311㎝, 1612~1614년, 앤트워프 대성당, 벨기에. [그림 | 위키백과]](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thescoop1/20260208115535530cjez.jpg)
실제로 '플란다스의 개'는 네로가 죽기 전에 사랑하는 개 파트라슈와 이 그림을 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성당 부근에 네로와 파트라슈의 동상이 있는 이유다. 이쯤에서 플랑드르(플란다스·Flanders)의 바로크 화가 루벤스의 작품을 살펴보자. 그림은 모두 세폭으로 구성된 제단화祭壇畫다. 가운데 그림이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로 루벤스의 표현과 구도가 돋보인다.
그림은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이어지는 사선 구도로 긴장감과 동적 느낌을 극대화한다. 표현은 바로크 시대 그림답게 극적이다. 예수를 중심으로 빛이 각광脚光(스포트라이트)을 쏘듯 비치고 있다. 특히 인물의 시각까지도 예수를 중심으로 모여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림은 예수의 주검을 내리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내려오는 예수의 주검을 붉은 옷을 걸친 사도 요한이 떠받치고 있고, 뒤편엔 장의사로 보이는 아리마테아 요셉이 의전을 집행하듯 복장을 갖추고 돕는다. 푸른색 옷의 성모가 인간적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발아래서 무릎을 굽혀 받치고 있다. 오른쪽 맨 위 예수의 주검을 내리는 이는 성경에도 장례에 참여했다고 기록돼 있는 니코데모로 보인다. 그 외 허름한 차림의 인부들과 여인으로 구성돼 있다.
각자의 특징이나 역할뿐만 아니라 그들의 표정에서 슬픔과 경외심을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의 표정은 눈빛을 따라 원을 그리며 시선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사도 요한이 밟고 있는 사다리 아래엔 예수의 손발에서 뽑은 못과 가시관, 그리고 약간의 피가 담긴 접시가 있다. 옆에는 본시오 빌라도(로마제국 총독)가 덧씌운 예수의 죄명 '나자렛 사람 유대인의 왕'이란 문구가 히브리어·그리스어·라틴어로 쓰여 있다.
왼쪽 작품 패널엔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가 엘리자벳을 방문하고 반기는 모습을 담았다. 오른쪽 패널은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는 장면으로 시메온이 예수를 안고 있고, 성모와 요셉이 함께하고 있다.
![루벤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부분). [그림 | 위키백과]](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thescoop1/20260208115536823djhn.jpg)
아기 예수를 중심으로 시메온 얼굴의 밝은 빛을 따라 올라간 시선은 천장 아치를 따라 화려한 장식의 코린트양식의 기둥을 타고 내려와, 다시 성모에서 아기 예수로 향한다. 아래쪽은 제물을 바치는 요셉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선을 모아 준다.
앤트워프의 대성당(1352년 착공·1521년 완공)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을 만큼 문화적 가치가 크다. 종교개혁(1517년), 종교전쟁(1618~1648년), 프랑스혁명(1789년), 1·2차 세계대전 와중에 파괴와 복구를 거듭했을 뿐만 아니라 신구교 갈등 속에서 개신교도 위그노의 성상聖像 파괴, 나폴레옹의 약탈·반환 등을 겪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위대한 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앤트워프 성모 대성당에서 꼭 봐야 하는 루벤스의 그림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만이 아니다.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The Raising of the Cross)'와 성모승천(The Assumption of the Virgin)'도 있다. 동상 네로와 파트라슈는 덤이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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