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더 바빠"… 나주시 동물복지 바꾼 '직장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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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정씨는 3년 전 나주시청 내 '동물복지팀'을 만들어 낸 주역이다.
그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윤병태 나주시장 후보를 수차례 찾아가 동물복지팀 신설을 제안했다.
정씨의 두 번째 직업은 '나주시 명예동물보호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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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각자 분야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더 나은 우리동네를 위해 뜁니다. 이곳저곳에서 활약하는 우리동네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홀로 외치더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는 게 없으니까요."
지난 2일 전남 나주시의 한 반려견 놀이터. 정명균씨(37)는 최근 입양한 유기견 '울프'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태어나 처음으로 눈을 맞은 울프는 신이 난 듯 눈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정씨는 3년 전 나주시청 내 '동물복지팀'을 만들어 낸 주역이다. 그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윤병태 나주시장 후보를 수차례 찾아가 동물복지팀 신설을 제안했다. 문제의식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듬해 1월 전담팀이 공식 출범했다. 정씨는 "당시 축산과에서 관련 업무를 같이 하면서 과부하에 걸린 상태였다"라며 "동물복지를 전담팀 설치가 시급해보여 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본업은 따로 있다. 그는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일한다. 하지만 퇴근 이후와 주말엔 '동물복지'에 매달린다. 정씨의 두 번째 직업은 '나주시 명예동물보호관'이다. 명예동물보호관은 시민이 직접 동물학대를 감시하고 보호하는 등 동물복지 전반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물불 가리지 않는 정씨의 동물사랑은 전담 조직 신설은 물론 제도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정씨는 나주시만의 동물보호조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의원들과 소통하며 다른 지방자치단체 유기동물보호소와 공공진료소를 직접 찾아다녔다. 퇴근 후 남은 시간은 조례 개정 작업에 쏟았다.
정씨는 "4~5개월간 동물보호법은 물론이고 경기도·서울시 등 수십 개 이상의 타 지자체 동물보호 조례를 모두 읽었다"며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을 뒤지며 하나하나 보완했다"고 말했다.
노력 끝에 2023년 5월 나주시 동물보호조례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기존 조례에 담겼던 '포획'이라는 표현은 '구조 및 보호'로 수정됐다. 명예동물보호관이 동물복지 개선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정씨는 "표현 하나일 수 있지만 동물을 바라보는 행정의 시선을 바꾼 상징적인 변화"라며 "개정안이 통과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라고 했다.

유기동물을 위한 행보는 이어진다. 그는 민간 유기동물보호소 봉사활동를 비롯해 지역 예술인들의 재능기부 버스킹 공연도 기획했다. 농어촌공사 등 빛가람혁신도시의 주요 이전기관과 연계한 바자회를 열어 수익 일부를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하기도 했다.
정씨는 "동물학대 판례를 정리해 경찰에 전달하기도 하고, KISA ESG(환경·사회·지배구조)팀과 협업해 '나주시 찾아가는 입양설명회'도 추진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다음 목표는 유기동물 입양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동물 유기 행위를 일일이 단속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입양 활성화가 해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 시범사업과 나주시 시범지역 지정을 제안해 논의 중이다.
정씨는 "한때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오던 동물들이 지금은 공고번호만으로 불리며 보호소에서 새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며 "'사지 말고 입양해달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꾸준한 봉사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제7회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에서 유일하게 개인 자격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상(우수상)을 받았다. 과거 유기견 입양을 계기로 유기동물보호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약 6년 만이다. 그는 "나주시민과 시의회 관계자 등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받은 상"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나주(전남)=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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