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풉, 넌 성공했다면서 아직 벤츠?”…치욕 씻은 BMW, 테슬라 공세에 “우린 깐부”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gistar@mk.co.kr) 2026. 2. 8. 10: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BMW·벤츠, 서로 못 죽여 안달?
서로 싸우며 크게 성장한 ‘메기’
밴드왜건·파노폴리 효과도 한몫
드라마 ‘다모’ [사진출처=MBC 스틸컷/ 편집]
“아프냐? 나도 아프다”

TV 드라마 ‘다모’에 나온 명대사입니다. 배우 이서진과 하지원의 애틋한 사랑을 잘 표현한 대사입니다.

“성공하면 탄다”는 수입 플래그십 세단 시장을 양분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도 딱 맞는 대사입니다. 벤츠가 “아프냐”를 외쳤는데 이제는 BMW가 “아프냐”는 말을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 두 브랜드는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습니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다릅니다.

상대가 있어 존재할 수 있었고, 상대 때문에 성장했습니다. 서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메기 효과’에 나오는 그 ‘메기’ 같다고 할까요. 서로서로 메기는 ‘깐부’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메기다’는 “물 먹이다”는 뜻을 지닌 사투리가 아닙니다.

두 사람이 톱을 마주잡고 톱질을 할 때 상대방에게 밀어주는 행위를 뜻합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입니다.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래 싸움에 다른 브랜드는 고래밥
수입차 프리미어리그의 주역인 BMW 5시리즈(왼쪽)와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BMW, 벤츠/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BMW와 벤츠는 같은 독일 출신 프리미엄 브랜드이지만 ‘수입차 권력’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넘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치열하게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싸움 구경은 재밌지만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는 ‘악몽’입니다. 두 브랜드 싸움에 이목이 집중되면 다른 브랜드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서죠. 혁신을 앞세운 테슬라가 치고 들어왔지만 아직 양강 구도를 깨지는 못했습니다.

벤츠와 BMW는 싸우면서 존재감을 더 강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겉으로는 싸우지만 알고 보면 ‘적과의 동침’입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 주도권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BMW가 차지했습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간은 벤츠 몫이었습니다.

지난 2023년 드디어 BMW가 벤츠를 제쳤습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했죠.

플래그십 세단 대표주자인 벤츠 S클래스 (왼쪽)와 BMW 7시리즈 [사진출처=벤츠, BMW/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7만7127대를 판매했습니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4.6%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벤츠는 전년보다 3.1% 증가한 6만8467대를 팔았습니다.

BMW가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닙니다. 수입차 프리미어리그로 불리는 E세그먼트(Executive cars) 세단 시장에서는 주력 차종인 BMW 5시리즈가 벤츠 E클래스에 밀렸습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벤츠 E클래스가 2만8388대, BMW 5시리즈가 2만3876대로 집계됐습니다. 4000대 넘게 차이가 납니다.

BMW는 수입차 프리미어 리그는 놓쳤지만 브랜드 자존심이 걸린 ‘플래그십 세단’ 경쟁에서는 벤츠를 잡았습니다.

2010년대 이전에는 BMW 7시리즈, 그 이후에는 벤츠 S클래스가 플래그십 세단 1위 자리를 번갈아 가져갔었죠.

지난해에는 BMW 7시리즈가 벤츠 S클래스를 제치고 ‘성공하면 타는 수입차’ 타이틀을 차지했습니다.

판매대수는 BMW 7시리즈가 5128대, 벤츠 S클래스가 5099대로 집계됐습니다. 근소한 차이로 BMW 7시리즈가 승리했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수입차인 벤츠 E클래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BMW와 벤츠는 서로를 향해 “아프냐? 나도 아팠다”를 외치며 일진일퇴하고 있습니다.

두 고래 싸움에 다른 브랜드들은 ‘고래밥’으로 전락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BMW·벤츠와 경쟁하는 볼보, 렉서스, 아우디는 지난해 4~6위를 기록했죠.

판매실적은 1만~1만5000여대 수준이었습니다. 2위 벤츠의 판매대수가 6만8467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큰 편입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에서도 두 고래의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BMW가 25.09%, 벤츠가 22.27%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판매된 수입차 2대 중 1대가 고래 몫이었죠.

볼보는 4.85%, 렉서스는 4.84%, 아우디는 3.58%로 집계됐습니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두 브랜드가 사로잡으면서 다른 브랜드들은 주도권에 다가갈 수 없게 됐습니다.

“너 때문에 살맛난다, 우린 깐부”
BMW는 CES 2026에서 뉴 iX3에 차세대 혁신 기술을 적용하며 테슬라 잡기에 나섰다. [사진출처=BMW]
BMW와 벤츠가 한국 수입차 시장은 물론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한 비결은 ‘메기 효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처럼 두 브랜드는 서로에 ‘메기’ 같은 존재입니다.

메기 효과는 강력한 경쟁자(포식자)가 등장하면 다른 경쟁자들도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씁니다. 경영·경제 분야에서는 종종 사용됩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라고 강조한 20세기 대표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 덕분입니다.

토인비는 “좋은 환경보다 가혹한 환경이 오히려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며 메기 효과를 자주 인용했습니다.

토인비는 찬란했던 고대 마야 문명이 멸망했던 이유가 오랫동안 외부의 적이 없어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에 취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죠.

먹잇감이 충분하고 천적도 없던 낙원에서 살아 하늘 나는 법을 잊어버린 도도새가 멸종된 이유도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포식자 때문입니다. ‘도도새의 법칙’입니다.

벤츠 디 올-뉴 일렉트릭 GLC [사진출처=벤츠]
BMW와 벤츠는 도도새가 아닌 메기를 선택했습니다.

‘도전과 응전’을 강제하는 메기는 두 브랜드의 진화를 이끌었습니다. 두 브랜드가 내놓은 경쟁 차종들은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차종 기준을 새로 정하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은 두 브랜드의 메기 싸움에 등이 터졌습니다. 모든 관심이 BMW와 벤츠에 몰리니 죽을 맛이었죠.

BMW와 벤츠는 샤넬과 루이비통 등 명품 소비를 확산시키는 밴드왜건(bandwagon)·파노플리(panoplie)·베블런(veblen) 효과도 톡톡히 누렸습니다.

밴드왜건은 서커스 행렬 선두에 서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악대 자동차’입니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편승 효과’를 의미합니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합니다. 상품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죠.

베블런 효과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가격이 더 비싼 물건을 흔쾌히 구입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들 효과는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사고, 이왕이면 벤츠·BMW를 선호하는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BMW 차징 스테이션 [사진출처=BMW]
서로에 힘이 되는 존재가 된 두 브랜드는 기존에 겪어보지 못한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테슬라가 ‘새로운 메기’로 성장했기 때문이죠.

다만, 현 상황을 살펴보면 전투에서는 테슬라에 졌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했습니다. 물론 안심할 수는 없겠죠.

테슬라의 거센 공세를 계기로 서로를 향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깐부 전략’을 세웠을 수도 있습니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함께 싸워야 하니까요.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