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표정 하나에 무너지는 이유, 단순 성격 문제가 아니었다

친구와 방금 전까지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친구의 표정 하나에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은 적이 있나요. 기분이 좋다가도 부모님의 말 한마디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은 경험은요? 그러고 나서 “나는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지?”라며 스스로를 탓해 본 적도 있을 거예요. 비슷한 경험이 떠오른다면 청소년기의 이런 모습이 이상한 게 아니고, 나만 겪는 일도 아니라고 먼저 말해주고 싶어요.
청소년기의 감정은 종종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기쁠 때는 온 세상이 다 내 편인 것 같다가도 사소한 일 하나에 하늘이 무너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이렇게 감정이 크게 출렁이는 이유는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도, 마음이 약해서도 아닙니다. 뇌가 아직 자라는 중이기 때문이에요.
우리 뇌에는 감정을 느끼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편도체’와 그 감정을 조절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전전두엽’이 있습니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고 분노나 기쁨 같은 감정을 즉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해요. 전전두엽은 “지금은 화를 참아야 해”, “지금 화를 내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를 생각하며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조절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편도체는 비교적 일찍 발달하는 반면, 전전두엽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돼서야 완성된다는 점입니다. 감정은 즉각적으로 켜지는데 이를 조절하는 스위치는 아직 공사 중인 셈이죠.
그래서 청소년기엔 감정이 더 크고 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의 한마디가 유난히 아프게 다가오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감정이 가라앉은 뒤엔 “내가 왜 그렇게까지 반응했지?”라며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감정이 요동친다는 것은 이 과정을 제대로 지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시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 중 하나는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감정을 무시한 채 참기만 하면 오히려 더 커져서 원치 않는 순간에 튀어나오게 됩니다. ‘왜 이렇게 예민해?’라고 자신을 다그치기보다는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친구한테 서운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 과정만으로도 감정이 표현되는 방식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정을 잘 다룬다는 것은 지금 내 안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최근에 화가 났던 일을 하나 떠올려볼까요? 가장 크게 화가 났을 때를 10점이라고 한다면 그 일에서 느낀 화는 몇 점이었나요? 무엇 때문에 그 정도로 화가 났을까요? 그 순간 얼굴이 붉어지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은 몸의 변화도 느꼈나요? 화가 났을 때뿐 아니라 기쁨, 뿌듯함, 두려움, 억울함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 때도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차분하게 살펴보기 시작한다면 언젠가 감정의 파도는 한결 잔잔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자주 들여다보는 시간은 뇌도, 감정도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을 지나 진정한 ‘나’라는 꽃을 피워내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류승민 원광아동상담센터 선임 상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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