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 발길 뚝"...장례식장 폐업 속출, 코로나가 바꾼 상장례 문화
조문객 10년 전 절반 이하로 급감, 수익구조 악화
핵가족화·코로나 이후 간소화 장례 확산이 직격탄

고령화로 사망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장례식장은 오히려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내 연간 사망자는 2010년 25만명에서 2023년 35만명 가량으로 4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장 수는 201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꺾였고, 최근에는 지방을 중심으로 폐업과 휴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는 장례식장이 없어 인근 도시로 이동해 장례를 치르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 조문객 절반 이하로 줄어
장례식장이 문을 닫는 가장 큰 이유는 조문객 감소입니다.
장례식장 1곳당 평균 조문객 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조문객이 줄면서 식음료와 빈소 사용료, 부대 서비스 전반의 수익이 감소했습니다.
사망자는 늘었지만 장례식 이용 빈도가 줄어서가 아니라, 장례 기간과 규모가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 들어 핵가족화가 이뤄지면서 가족의 개념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과거와 비교해 장례식에 방문하는 사람 수가 줄었습니다.
과거처럼 며칠 동안 조문객을 기다릴 필요성이 줄어든 겁니다.
■ 코로나가 결정타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장례식이 하나의 큰 가족 행사처럼 진행되는 움직임에서 매우 축소된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당시 장례식에 많은 조문객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조의금을 송금하거나 조문을 대신 가는 친지에게 부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코로나 이후 장례문화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문화 확산(37.9%), 식사 등 불필요한 문상문화 축소(27.1%), 검소한 장례문화 확산(18.3%), 문상객 감소에 따른 상주의 피로감 감소(13.8%) 등을 꼽았습니다.
코로나 이후에도 저출생과 고령화, 저성장, 1인 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검소한 장례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제주는 화장 선호 확산
제주 역시 장례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제주도민의 화장 선호도는 2011년 71%에서 2021년 85%까지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매장 선호도는 28.4%에서 13.9%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화장 후 자연장 선호도도 24.6%에서 38.2%로 늘면서 새로운 장례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양지공원의 지난 2021년 화장처리 건수는 시신 3302구와 개장유골 6016구를 포함해 총 931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018년 8395건, 2019년 8391건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양지공원 관계자는 유골을 봉안당에 모셔 편하게 추모하고, 벌초도 피하려는 핵가족 시대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제주만의 독특한 장례문화도 변화
제주는 '일포'라는 독특한 장례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일포는 발인 전날 문상객을 받는 날을 말합니다.
다른 지방에서는 상복을 입는 성복이 끝난 다음날부터 발인 전날까지 문상객을 받지만, 제주에서는 일포날에만 문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009년 발표된 제주도 농촌사회 상례문화의 특징과 변화 연구 논문을 보면 전통사회에서 장례를 치르기 위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포날에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문상하면서 장례 준비를 하던 전통이 고착화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통 장례문화도 변하고 있습니다.
제주시에서는 성게미역국이나 몸국과 함께 밥을 제공하고, 서귀포에서는 멸치국수가 나왔지만 요즘은 가족들끼리 상의해서 음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별 차이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 무빈소 장례식도 늘어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장례를 치르는 무빈소 장례식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1000만원이 넘는 장례식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코로나 이후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겠다는 문화의 영향입니다.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에서 10년째 상조회사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코로나 전에는 100명 중 1명도 안될 정도로 무빈소 장례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7대 3 정도로 비율이 올라왔다고 밝혔습니다.
장례 관련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도 통계로 확인됩니다.
선불식 장례상품 신규 가입자 수는 정체된 반면, 기존 가입자의 서비스 전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행과 라이프케어, 상조 결합 상품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장례만으로는 수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산업 내부의 판단을 보여줍니다.
■ 구조적 변화 대응 필요
장례식장의 몰락은 단순한 업종 불황이 아니라 고령화와 1인 가구, 간소화 장례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개장 장례식장보다 폐업 장례식장이 더 많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5일장도 많이 시행됐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거의 진행하지 않는 유형의 장례식이 된 것처럼 3일장도 미래에 가서는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장례식의 간소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변화된 사회에 맞는 새로운 장례의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JIBS 제주방송 하창훈 (chha@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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