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발행사 테더, 스위스 핵벙커에 금 140톤 비축한 이유
[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테더 최고경영자(CEO)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앞으로도 매주 1~2톤의 금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더가 단순한 코인 발행사를 넘어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보다 확장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테더의 금 매입 재원은 미국 달러화의 고금리 환경에서 창출된 수익이다. 테더는 유통량 1860억달러에 달하는 USDT 준비금 가운데 약 1410억달러를 미 국채와 단기 자금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00억달러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금 매입에 사용됐다. 실제로 테더의 금 보유액은 2024년 4분기 53억달러에서 2025년 4분기 174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테더가 보유한 금 140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코인 담보용이 아니라 회사 자산이라는 점이다. 현재 XAUt의 시가총액은 약 40억달러로, 테더가 보유한 금 가치의 약 17%만 토큰 담보로 활용되고 있다. 나머지는 테더의 순자산으로, 규제나 제재 환경 변화에 대비한 자본 구조 다변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테더는 비즈니스 구조를 이원화했다. 미국 시장에는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국채 기반 스테이블코인 'USAT'를 공급하는 한편, 신흥국 시장에서는 기존 USDT와 금 기반 XAUt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이후, 정치적 리스크에 덜 노출된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USDT 유통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USDT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자국 통화 가치 변동성을 피하면서 비교적 빠르고 저렴한 국제 송금 수단을 찾는 수요가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보 하인스 테더 USAT 최고경영자(CEO)가 2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5'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KBW) 2025.09.23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moneytoday/20260208060154354csqb.jpg)
테더는 USDT 발행과 소각을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 내 유동성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2022년 테라·루나 사태 당시 대규모 상환 요구가 발생했을 때도 USDT는 페깅을 회복한 바 있다.
또한 테더는 저비용으로 조달한 자금을 미 단기국채 등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운용하는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국채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이러한 수익 모델이 더욱 부각된다. 예컨대 현재 국채 금리가 5% 내외인데, 테더가 보유한 국채 관련 자산(1410억 달러)에서 연간 70억 달러 이상의 이자가 생긴다. 테더가 예치자에게 별도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에서, 수익 상당 부분은 회사 내부에 축적된다.

또한 테더의 수익 구조가 미국 달러화와 미 국채 시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규제 환경이 급변할 경우, 준비금 운용과 상환 구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규제안(MiCA) 시행 이후 일부 거래소에서 USDT 상장이 중단된 사례는 이러한 제도적 리스크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종합하면 테더의 금 비축 전략은 달러 중심 금융 질서를 대체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하나의 민간 보완 장치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실물 자산을 결합한 이 같은 실험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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