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혔는데 103대 1?”…찬바람 부는 매매시장 뒤로하고 경매장 달려가는 이들의 정체
현금 동원력 갖춘 실수요자들, 감정가보다 수억원 더 써내며 ‘윗돈’ 낙찰해
송파 빌라 103명·분당 아파트 57명 북새통…재건축 기대지역 ‘묻지마 응찰’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의 공기는 묘하게 뜨겁다. 바깥 매매시장은 대출 규제라는 찬바람에 꽁꽁 얼어붙었는데, 이곳만큼은 딴판이다. 입찰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서류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대출 한파 뚫고 솟구친 낙찰가율…“차라리 경매가 싸다”
8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6년 1월 경매동향보고서’를 보면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8.8%로 2022년 7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서울은 상황이 더 뜨겁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7.8%를 기록했다. 한 달 만에 4.9%포인트가 뛰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4.5%포인트나 치솟았다. 감정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써내야 집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사기가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규제 틈새가 있고 가격 메리트가 남은 경매시장으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송파 빌라 한 채에 103명 ‘북새통’…재건축 기대감이 밀어 올린 숫자
서울 경매시장을 달구는 핵심 연료는 ‘미래 가치’다. 자치구별로 보면 동작구(139.2%), 성동구(131.7%), 광진구(129.0%) 등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지역의 낙찰가율이 압도적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0.27%로 주춤한 것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현장의 열기를 보여주는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다세대주택(전용 77㎡) 경매에는 무려 103명이 몰렸다. 감정가는 6억7800만원이었지만, 주인이 된 사람이 써낸 금액은 9억1333만원에 달했다.
성남 분당구 분당동의 전용 59.8㎡ 아파트 역시 57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 8억원을 훌쩍 넘긴 13억7826만원에 낙찰됐다.
지금 당장의 가격보다 향후 정비사업을 통한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수요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덩치 큰 상가는 ‘냉골’…지방은 ‘되는 곳’만 웃었다
모든 경매 물건이 웃는 것은 아니다. 주거용 아파트와 달리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근린시설(토지 520.9㎡)은 감정가 219억원에서 222억3000만원에 주인을 찾았지만, 응찰자는 단 1명뿐이었다.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선뜻 경쟁에 뛰어들기엔 임대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8%로 오피스(8.7%)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법원 경매장의 열기는 분명 뜨겁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조언한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매매시장의 가격 부담과 매물 부족이 경매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대출 환경이 여전히 엄격하기 때문에 이 열기가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500억원 굴리는 전략가 전지현, 스크린 밖에서 증명한 투자 법칙
-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는 진짜 이유, 외모 점검만이 아니었다
- 매달 8000만원 버는 토니안, 슈퍼카 3대 날리고 ‘재무제표’ 뜯어보는 이유
- “덕분에 살았다. 평생의 은인”…임라라·노현희·김수용 살린 119 구급대원들
- “양육모의 50억 빚, 제가 갚아야 하나요?”…40년 만에 알게 된 진실 [잘살아보세]
- 채소를 사 먹는 게 신기했던 산골 소년…‘초롱이’ 이영표가 증명한 헌신의 가치
- 친부 떠난 뒤 만난 새아버지…조현아·선미가 성까지 바꾸려 한 이유
- 데뷔 했지만 여전히 ‘미생’…박경혜·최지수·임주환의 태도는 달랐다
- 쥐 나오던 지하실에서 157억 매출까지…브라이언이 쓴 20년의 기록
- 하루 2억원 벌던 전성기 사라진 자리, 편승엽이 5남매를 키워낸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