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치매 연구는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가
리소좀 병리부터 디지털·전자 치료까지, 치매 연구의 확장된 스펙트럼

제9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NFAD) 둘째 날은 치매 연구가 하나의 기술이나 단일 가설에 기대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리소좀 병리에서 출발해 혈액 바이오마커와 단백질체학, 디지털 바이오마커, 전자·물리적 치료 기술까지 이어진 5개 심포지엄에서 23개 발표가 연이어 진행됐다. 기초 생물학과 임상 코호트, 산업화 전략이 한 공간에서 맞물리며 치매 연구의 현재와 다음 단계를 함께 확인하는 자리였다.
NFAD는 알츠하이머병과 다양한 치매, 신경퇴행성 질환을 주제로 임상의·기초 연구자·산업계가 함께 모여 연구 성과의 임상적 의미를 짚는 학술 포럼이다. 둘째 날 프로그램은 '병리 기전 심화 → 정밀 진단 → 디지털 전환 → 치료 기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리소좀 병리: '세포 청소 시스템'에서 치료 표적으로

첫 발표에 나선 위진홍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는 "세포 소기관 간 교차 소통을 통한 리소좀 스트레스 신호 전달의 재구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위 교수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리소좀이 세포 생존과 사멸을 조율하는 신호 전달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권문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연구사는 국가 뇌질환 연구 인프라인 BRIDGE 플랫폼을 소개했다. 조기 발병 치매와 후기 발병 치매, 지역사회 기반 고위험군, 파킨슨병 코호트를 표준화된 변수로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국가 바이오뱅크와 건강보험 데이터 연계를 통해 연구자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초 연구와 임상, 정책 인프라를 연결하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발표였다.
혈액 바이오마커와 단백질체학: 진단과 예후를 나누다

"완전 자동화 혈장 p-tau217/Aβ42 비율 검사의 신경영상 연관성과 진단 성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임현국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당 혈액 지표를 임상 코호트에 적용해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뇌 구조 변화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어 NFAD 공동대회장이자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단장인 이건호 조선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교수가 pTau217과 대사 지표를 결합한 진단·예후 예측 전략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pTau217은 알츠하이머병 병리 진단에, 포도당과 콜레스테롤 등 대사 지표는 임상 진단에, GFAP는 질병 진행 속도 예측에 각각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이 단장은 혈액 바이오마커를 개별 수치로 해석하기보다 조합과 임상 맥락 속에서 읽어야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광주치매코호트를 중심으로 구축한 지역 기반 치매 연구 인프라도 소개했다. 정상 인지 고령자부터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까지 장기 추적하는 코호트 구조를 바탕으로, 진단·예측·예방 연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종소 소마로직 한국 총괄 대표는 소마스캔(SomaScan) 단백질체 분석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규모 단백질체학 연구의 흐름을 소개했다. 소마스캔은 아프타머(Aptamer) 기반 기술을 활용해 수천 종의 단백질을 동시에 정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단일 바이오마커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질병 관련 단백질 특징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황현두 브레디스헬스케어 대표는 NULISA 기반 초고감도 단백질 분석 기술을 소개했다. NULISA는 혈액 속에 극히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을 놓치지 않고 측정하기 위해 설계된 분석 플랫폼으로, 측정 과정 전반을 자동화해 결과의 일관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병희 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영업 지역 담당 매니저(Territory Manager)는 오링크의 PEA(Proximity Extension Assay)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화성 단백질체학의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PEA는 두 개의 항체가 동일 단백질에 동시에 결합할 때만 신호가 생성되는 방식으로, 제한된 혈액 샘플에서도 다수의 단백질을 높은 특이도로 정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 매니저는 이 기술이 혈중 농도가 낮은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측정하는 데 강점을 가지며, 대규모 코호트 연구처럼 샘플 양이 제한된 환경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량분석 기반 단백질체학과 친화성 기반 단백질체학이 경쟁 관계라기보다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질량분석이 단백질 동정과 구조적 분석에 강점이 있다면, PEA 기반 분석은 반복 측정과 대규모 인구 연구에서 일관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병행 전략이 치매 연구를 포함한 정밀의학 분야에서 단백질 변화를 다각도로 해석하는 데 중요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정리했다.
디지털 바이오마커: 인지 평가의 형식을 바꾸다

김재욱 K-헬스미래추진단 PM은 K-헬스미래추진단이 한국형 ARPA-H 모델을 참고해 설계된 국가 연구 추진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고위험·도전적 연구를 허용하는 구조를 통해 기존 의료기술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 목적이며, 치매 분야에서도 증상 발현 이전 단계의 조기 예측과 개입 가능성을 넓히는 기술 개발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은현 조선대학교 의예과 교수는 GARD 디지털 인지평가 시스템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태블릿 기반 과제를 통해 반응 속도와 오류 패턴, 수행 과정의 미세한 변화를 정량적으로 수집하도록 설계됐다. 자동 채점 알고리즘을 적용해 평가자 간 편차를 최소화한 점도 특징이다.


이어서 문영준 뉴로핏 전무는 AI 기반 MRI·PET 정량 분석 기술을 임상시험과 실제 진료에 적용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항아밀로이드 치료가 본격화되면서, 치료 전 환자 선별과 치료 후 효과 평가에서 영상 바이오마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을 짚었다.

심포지엄 Ⅴ의 마지막 연자인 이승미 JNPMEDI 전무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연구 단계의 지표에서 규제된 의료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와 쟁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전무는 디지털 기술이 임상에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임상적 타당성과 유효성을 단계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고리즘의 정확도, 데이터 재현성, 임상적 유의성에 대한 검증이 순차적으로 요구되며, 이 과정이 제품 설계 초기부터 고려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가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FDA 인증 혹은 FDA 승인 표현 문제를 질문했다. 특히 FDA 510(k) 허가를 받은 제품을 'FDA 승인'이나 '인증'으로 표현하는 관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510(k)는 기존 제품과의 실질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허가 절차로, 신약 승인이나 고위험 의료기기 승인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규제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은 표현은 제품의 법적 지위와 임상적 의미를 혼동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의료진과 환자, 투자자 모두에게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디지털 바이오마커와 디지털 치료기기 영역에서 규제 언어의 정확성 자체가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 있더라도, 어떤 범주의 의료기기인지, 어떤 근거 수준에서 허가를 받았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임상 현장에서의 수용성과 지속적인 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디지털 헬스 기술이 연구 성과를 넘어 실제 의료로 진입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짚는 계기가 됐다.
전자·디지털 치료: 약물 바깥의 개입 전략

김재호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치료적 초음파: 기전에서 임상 적용까지"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저강도 초음파 자극이 뇌 조직에 미치는 생리적 효과를 중심으로, 뇌 노폐물 배출 경로와 단백질 응집체 변화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정리했다.

김민석 리메드 최고의학책임자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 정밀 반복경두개자기자극술(rTMS)의 발전을 발표했다. 우울증 치료 영역에서 축적된 rTMS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특정 뇌 네트워크를 표적으로 자극하는 접근 전략을 소개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경두개 진동음향 자극(tVAS)"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신창호 아리바이오 디지털헬스팀장은 진동과 음향 자극을 결합한 경두개 자극 방식의 개념과 적용 방향을 소개했다. 신 팀장은 이 접근이 병원 중심 치료를 보완하는 비침습적 보조 치료 옵션으로 설계됐으며, 특히 가정 환경에서 반복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김항래 로완 CMO는 "FINGER 연구에서 SUPERBRAIN으로: 다영역 중재의 디지털 치료 전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식이, 운동, 인지훈련, 혈관 위험요인 관리처럼 생활습관을 기반으로 한 다영역 중재가 치매 예방과 인지기능 유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짚으며, 이러한 개입을 실제 임상과 지역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과제로 표준화와 지속 가능성을 꼽았다.
발표에서는 FINGER 연구의 핵심 구조를 한국형 환경에 맞게 확장한 SUPERBRAIN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다영역 중재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통합하고 이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관리·평가하려는 전략을 소개했다. 김 박사는 개별 중재의 효과를 따로 측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전체의 이행 정도와 장기적인 변화 양상을 함께 추적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경우 중재의 반복 적용과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예방 중심 치매 관리의 실질적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나노바이오와 병태생리: 조직·회로·면역의 확장





DAY2, 치매 연구, '단일 해법'에서 '정밀한 조합'으로
NFAD 둘째 날은 리소좀 병리에서 출발해 혈액·단백질체 기반 진단과 예후, 디지털 바이오마커, 전자·디지털 치료, 나노바이오와 면역·장–뇌 축으로 이어지는 치매 연구의 확장된 흐름을 한자리에서 보여줬다. 각 세션은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단일 지표나 단일 기술로는 치매를 설명하거나 개입하기 어렵다는 공통된 인식을 공유했다.
현장에 참석한 연구자와 의료진,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에게 DAY2는 현재의 연구 성과를 점검하는 동시에, 치매 연구를 둘러싼 학문적 성과와 기술적 진전, 산업계 동향을 한자리에서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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