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좌에 비트코인 2000개가…40분짜리 '한겨울밤의 꿈'

조봄 기자 2026. 2. 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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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투데이 이슈 
빗썸 이벤트 리워드 지급하며  
KRW→BTC 입력, 수십조 오지급
35분 간 ‘무방비’…패닉셀 발생
금융당국, 긴급대응반 가동해 
원화(KRW)로 입금돼야 할 이벤트 리워드가 비트코인(BTC)로 입금되는 오지급 사태가 발생했다. [사진 | 뉴시스]
# "이벤트 보상이 들어왔다"는 알림을 확인한 순간, 계좌에는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숫자가 찍혀 있었다. '2000원'이 들어왔어야 할 계좌에 무려 비트코인 '2000개'가 입금된 것. 어느날 저녁, 갑자기 수천억원 대 자산가가 된 당첨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고, 일부는 실제로 받은 코인을 급매했다.

# 그 여파로 빗썸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이 단숨에 20% 가까이 곤두박질치는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 사태가 발생했다. 겁에 질린 일반 투자자들까지 매도 대열에 합류하며 패닉셀 사태로 번졌다. 마치 웹툰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6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오지급 사고' 이야기다.

■ 2000원 대신 2000BTC, 입력 오류= 7일 빗썸 측이 발표한 공지사항에 따르면, 사고는 6일 오후 7시께, 695명의 고객에게 이벤트 리워드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담당자가 보상 수량을 '원(KRW)' 단위가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하면서 62만 BTC라는 천문학적인 수량이 지급된 것이다. 빗썸 측은 "이번 사안은 단순 수량 입력 실수"라고 인정하고, "외부 해킹이나 보안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빗썸 측이 오지급 상황을 인지한 것은 20분이 흐른 오후 7시20분이었다. 이후 7시35분부터 거래와 출금 차단을 시작해 7시40분에 모든 관련 계정의 조치가 완료됐다. 수천억원대 자산이 계좌에 찍혔던 이벤트 당첨자들의 '한겨울밤의 꿈'은 고작 40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사이 발 빠르게 움직인 이들도 있었다. 전체 오지급 물량 62만BTC 가운데 61만8212BTC(99.7%)는 회수됐지만 1788BTC는 이미 시장에서 매도된 상태였다. 빗썸 측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외부 전송은 없었다"면서, 매도된 1788BTC 중 93%도 마저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거꾸로 보면 125개가량의 비트코인, 이를테면 100억원이 넘는 자산의 행방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빗썸은 "이번 오지급사고에서 회수하지 못하고 이미 매도된 BTC 수량은 회사보유자산을 활용해 정확하게 맞출 예정"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사진 | 뉴시스]
■ 35분 공백 속 20% 폭락 = 빗썸 측은 시세 급락 구간에서 공포 매도(패닉셀)로 손실을 본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매도 차액의 110%를 보상하겠다고 보상안을 내놨다. 6일 오후 7시 30분께 대규모 매도 주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9800만원에서 8110만원 선까지 폭락하면서, 패닉셀에 나선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고 시간대에 접속한 이용자 전원에게 2만원을 지급하고, 전체 고객에게 일주일간 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고객 자산을 즉각 구제할 수 있는 1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도 상설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빗썸 측이 보상안을 내놓으면서 빠른 수습에 나섰지만, 이번 사고는 사람의 단순 입력 실수가 곧바로 시장 가격과 고객 피해로 직결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맨 얼굴을 노출했다는 평가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란 얘기다.

빗썸 측은 "고객 자산 이동 및 리워드 지급 시, 2단계 이상의 결재가 실행되도록 일부 누락됐던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자산이 이동하는 가상자산거래소에 기본적인 '다중 결재 장치'조차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더구나 이번에 지급한 62만개나 되는 비트코인은 이른바 '유령 비트코인' 논란도 불러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빗썸이 위탁받아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만2619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진 | 뉴시스]
■ 금융당국 긴급 대응반 가동=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가상자산의 취약성, 리스크가 노출된 사례"로 규정하고,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등과 함께 긴급대응반을 구성했다.

긴급대응반은 우선 빗썸을 점검하고, 추가로 다른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보유·운영 현황과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확인할 계획을 세웠다. 또 점검 과정에서 일부라도 위법사항이 발견된 경우 즉시 금감원의 현장검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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