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사니까 이번엔 명품 가방이…어느 딩크족의 '연쇄소비' [재테크 Lab]
나쁜 연쇄 소비에 빠진 부부
쇼핑몰도 추가 구매 부추겨
스스로는 자제하기 힘들어
무의식 결제의 고리 끊어내야
여기 충동적인 '연쇄 소비의 늪'에 빠진 부부가 있다. 옷 한벌 사려고 시작한 쇼핑이 '전신 코디'를 맞춰야 비로소 끝난다. 부부가 소비 패턴이 똑같아 서로를 탓하지도 못한다. 당연히 가계부가 성할 리 없다. 신용카드는 늘 한도 초과고, 가계부는 적자를 피할 길이 없다.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디드로 효과'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7/thescoop1/20260207193005277nxhk.jpg)
며칠 전,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할 때만 해도 유정씨의 목표는 분명 '코트 한 벌'이었다. 하지만 코트를 장바구니에 담은 뒤에도 유정씨의 '아이쇼핑'은 멈출 줄 몰랐다. "이 옷엔 이런 액세서리가 딱인데…." 유정씨는 홀린 듯 코트에 어울릴 만한 상품들을 전부 장바구니에 담았다. 충동적인 연쇄 구매. 유정씨가 온라인 쇼핑을 할 때마다 '택배 폭탄'을 받는 이유였다.
이런 구매습관 때문인지 유정씨의 드레스룸은 옷으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래도 유정씨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정작 외출하려고 하면 입을 만한 옷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유정씨는 어쩌다 이런 생활 패턴을 갖게 된 걸까. 결혼 10년차인 그는 자녀를 갖지 않기로 선언한 '딩크(DINK)족'이다. 처음부터 딩크를 계획한 건 아니다. 남편 정이온(가명ㆍ44)씨와 결혼한 뒤 몇 년간 아이를 낳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임신이 잘 되지 않았다. 좌절하던 부부는 고민 끝에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부부 둘이서 재밌게 살면 그만'이란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지내 왔다.
자녀를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지자, 부부의 관심은 자연스레 '소비'에 쏠렸다. 두사람의 취미와 관심사에 아낌없이 돈을 썼는데, 고삐가 풀려버린 소비 본능은 제어하기 쉽지 않았다. 가계부는 적자를 기록했고, 신용카드는 한도를 초과하기 일쑤였다. 스스로 소비를 제어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까지 다다랐다고 느낀 유정씨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남편과 함께 필자에게 찾아와 재무상담을 요청했다.
부부의 재정 상황이 어떤지 살펴보자. 둘 다 벤처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소득은 700만원이다. 남편이 40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두 사람이 1년에 상여금을 600만원가량 받지만, 정기소득이 아니므로 제외했다.

1년에 걸쳐 쓰는 비정기지출로는 경조사비(200만원), 명절비(10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150만원), 미용비(150만원), 의류비(200만원), 휴가비(200만원) 등 1000만원이다. 한달 평균 83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자유저축예금(50만원)이 유일하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784만원을 쓰고 84만원 적자를 낸다. 예금통장과 가끔씩 나오는 상여금으로 카드빚을 갚으며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모아둔 돈은 '제로'다. 부채로는 전세자금 대출(잔여 1억2000만원)과 자동차 할부(잔여 1200만원), 신용카드 할부(900만원) 등이 있다.
유정씨 부부의 소비 패턴을 관통하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다. 18세기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선물 받은 고급 가운에 인테리어를 맞추려고 서재의 모든 가구를 새것으로 바꿨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물건을 하나 사면 그와 어울리는 또 다른 물건을 끊임없이 구매하게 된다는 거다. 우리가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마주하는 '연간 상품 추천' 역시 소비자의 디드로 효과를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문제는 부부가 똑같이 이같은 '연쇄 구매 중독'에 빠져 있어 서로를 통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편 이온씨는 자동차 용품에 관심이 많은데, 아내처럼 한번 쇼핑할 때마다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몇개씩 장바구니에 넣는다고 한다.
별 수 없이 필자가 총대를 멨다. 부부에게 "당장 충동 소비를 멈추지 않으면 노후 파산은 시간문제"라며 "갖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을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는 필자의 말에 따라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모두 없애고, 당분간 체크카드만 사용하기로 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7/thescoop1/20260207193008011ftdg.jpg)
이렇게 1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용돈 30만원과 식비 20만원 등 50만원을 절감해 적자를 84만원에서 34만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급한 불을 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100만원이 넘는 신용카드 할부금과 과도한 보험료, 차량 유지비 등 손봐야 할 곳이 수두룩하다. 과연 부부는 물욕을 끊어내고 흑자 가계부로 돌아설 수 있을까. 본격적인 지출 구조조정은 다음 시간에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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