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국정조사로 국정 불안 털 수 있다

법원 인사철을 맞아 판사 대이동이 시작됐다. 올해 법관 정기인사가 유난히 관심을 끄는 건 비상계엄 사건 담당 재판부가 어떻게 바뀔지 정치권의 관심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여러 재판부에 나뉘어 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을 담당했던 지귀연 재판장은 서울북부지법으로 간다. 오는 19일 1심 선고 직후 새 임지로 부임한다. 나머지 관련 사건의 재판장은 거의 유임됐다.
보수 진영은 또 다른 관점에서 법관 인사를 예의주시 중이다.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 재판 5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변동 여부다. 작년 6·3 대선 직후 각 재판부는 헌법 84조의 현직 대통령 불소추 특권 조항은 진행 중인 재판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해 심리를 멈췄다. 새로운 기소만 못 할 뿐 재판 자체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법조계 의견도 많았으나 무시됐다. 이 상황에서 '피고인 이재명'이 있는 재판부에 새로 부임한 판사가 헌법 해석을 달리해 '대통령 이재명' 재판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과 정권을 쥐고 있는 측에서 이런 상황은 매우 불안하다. 극단적으론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서울고법 형사7부에서 재판을 속행하면 곧바로 자격 박탈 형량이 나올 수도 있다. 대통령 자리에 있는 동안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퇴임 후엔 법정에 서야 한다. 대북 송금 사건을 비롯한 일부 혐의는 법정형이 장기 징역형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 대통령으로선 현직에 있을 때 모든 재판을 털어내는 것이 최선이다. 취임 직후 여당의 절대다수 의석을 이용해 선거법 조항 등을 고쳐 법원 재판을 없애버리는 '면소'를 추진하자는 말도 정권 안에서 나왔다. 정치검찰이 사건을 조작해 기소했으므로 공소 취소를 추진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이 장관으로 지명하기 직전 공소 취소를 재판 부담에서 탈출하는 해법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해체와 법원 개편을 시도하는 와중에 대통령 맞춤형 입법과 공소 취소 지휘를 하면 역풍이 불 게 뻔해 주춤하고 있었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법관 인사철에 맞춰 이 대통령 주변에서 공소 취소 공론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 의원이 총대를 멨다.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참여를 요청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미 공소 취소 촉구 전국 릴레이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해당 모임은 오는 12일 출범 기자회견을 가진 뒤 14일 결의대회를 연다.
공소를 취소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기에 이 의원은 검찰 조작 기소 사건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민간업자들의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1심 무죄 판결을 들어 기소 조작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위례 사건 1심 무죄가 나왔음에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자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조작 기소를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이 대통령의 재판 부담을 말끔히 털고 가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현직 대통령이 5개 재판의 '피고인'으로 있으면 국정에 안정감을 가지기 어렵다. 더구나 공범들은 모두 재판 중이다. 법원의 공범 판결문에서 '이재명' 이름이 나오기 시작하면 더 불안해진다. 이 대통령 개인적으론 퇴임 후 안전판 마련이 절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명칭이야 '검찰의 조작 기소'라고 붙이든 상관없이 대대적인 국정조사를 하자.
만일 사건이 조작됐다면 검찰 해체 명분도 생긴다. 반대 결과가 나오면 여론이 판단한다. 다만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비롯해 증인 참고인 채택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 지난번 대장동 항소 포기 때처럼 민주당이 먼저 국정조사를 제안했다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은 꺼낼수록 손해라는 판단에서 슬그머니 물러서서도 안 된다.
송국건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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