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대구·경북 행정통합, ‘산업의 지도’ 새로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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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8일 경북도의회의 찬성 의결 후 이틀 뒤인 30일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발의됐다.
오랜 논의 끝에 인구 495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 원 규모의 '통합 대구경북'이라는 메가시티가 현실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대구·경북에는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 대구·경북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역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행정통합과 동시에 경제통합, 더 나아가 산업 통합의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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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8일 경북도의회의 찬성 의결 후 이틀 뒤인 30일에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발의됐다. 오랜 논의 끝에 인구 495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 원 규모의 '통합 대구경북'이라는 메가시티가 현실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대구·경북에는 중요한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TK행정통합 이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라는 본질적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 행정통합의 목적은 결국 '지역 생존'의 문제이고, 몸집만 불린다고 근육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 대구·경북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역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행정통합과 동시에 경제통합, 더 나아가 산업 통합의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통합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고 한다. 그 뜻은 어떤 일이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부 사항(detail)에 숨겨진 복잡한 문제 때문에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명확한 방향성 없이 행정적 통합만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행정의 의사결정을 늦추고 지역 간 갈등만 증폭시키는 '무늬만 통합'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동안 대구와 경북은 지리적 인접성에도 불구하고 산업적으로는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대구가 로봇, 의료, ICT 등 미래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력해 왔다면, 경북은 제조 기반과 소재·부품, 에너지 등 전통적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행정의 경계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인력 이동과 산업 간 교통망은 단절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설계됐고, 별개의 예산 구조로 인해 기업 지원 정책은 중복되거나 참여 조건이 제한되는 사례도 반복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되어 왔다.
따라서 통합 국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구·경북 산업 생태계에 대한 냉정한 '해부'다. 어떤 산업이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어느 산업이 한계에 부딪혔는지, 그리고 통합된 권역 내에서 각 지역이 어떤 역할을 맡아야 시너지가 극대화될지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구·경북의 산업 지도에서 전략적인 '배치'와 '연결'을 새롭게 해야 한다. 대구의 R&D 역량과 소프트웨어 파워를 경북의 제조 기업에 수혈되도록 하는 '미래형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요 중심으로 교통망을 재설계하여 인력 확보와 물류의 흐름을 원활히 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연구개발부터 실증, 생산, 물류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지역 경계를 넘어 물 흐르듯 연결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완료되면 4년간 20조원의 통합지원금(행정통합교부세 등)과 행정통합보조금을 지원받게 된다. 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은 지역에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보조금에 불과하다. 통합의 성공 여부는 대구·경북의 시·도민들이 이 지역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지역의 백년대계를 이끌 산업 전략과 생태계 구축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이동엽 경북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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