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없도록 하겠다”… 최태원의 사과, 이미 무너진 신뢰가 돌아올까

제주방송 김지훈 2026. 2.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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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 통계를 인용해 '고액 자산가 유출'을 주장한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자, 대한상의는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대한상의의 사과문은 "외부 통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대한상의 스스로도 같은 날 오후 "학술적·공식 통계로 인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언론에 인용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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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가짜 통계’ 파문, 사과로 끝낼 수 없는 이유
사과는 나왔지만, 문제는 이미 다른 단계로 넘어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해 12월 18일 CEO조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가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 통계를 인용해 ‘고액 자산가 유출’을 주장한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자, 대한상의는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직접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자료를 두고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공개 질타한 직후였습니다.

최 회장은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데이터를 면밀히 챙겼어야 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대한상의에 지시했습니다.

사과는 빠르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사과만으로 수습될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한상의가 공개한 사과문 일부. (홈페이지)


■ 사과의 초점은 ‘혼란’, 그러나 본질은 ‘왜 이 자료였나’

대한상의의 사과문은 “외부 통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수위는 낮췄고, 표현은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혼란’이 아니라 ‘왜 이 자료였는가’입니다.

문제가 된 수치는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의 조사 결과였습니다.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 2,400명’, ‘세계 4위 순유출’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전면에 배치됐습니다.

그렇지만 조사 방식과 표본, 추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대한상의 스스로도 같은 날 오후 “학술적·공식 통계로 인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언론에 인용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자료는 배포됐고, 확산됐고, 곧바로 부인됐습니다. 이 전 과정이 하루 안에 이뤄졌습니다.

■ ‘실수’라 보기엔 지나치게 또렷했던 메시지

이번 보도자료는 단순 참고 자료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상속세 완화와 납부 방식 다양화를 주장하는 정책 프레임의 출발점으로 기능했습니다.

‘고액 자산가 탈출’이라는 공포, ‘국제 경쟁력 상실’이라는 경고, ‘지금 바꾸지 않으면 늦는다’는 결론까지.

메시지는 지나치게 정교했고, 방향성도 분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은 검증 실패를 넘어,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 한 시도 아니었느냐는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이 대통령 SNS 일부 캡처.


■ 대통령의 질타가 향한 지점

대통령의 반응이 이례적으로 강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법률에 의해 설립된 공식 단체가 이런 행위를 공개적으로 벌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주권자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이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문제 삼은 것은 상속세율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공적 권위를 가진 경제단체가 검증되지 않은 숫자를 ‘사실’처럼 유통시킨 행위였습니다.

■ 법정 경제단체의 책임, 사과로는 복원되지 않는다

대한상의는 민간 싱크탱크가 아닙니다.

법정 경제단체로서 정부·국회·언론이 동시에 참고하는 공적 주체입니다.

그만큼 요구되는 기준도 다릅니다.

그래서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료 검증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외부 통계는 어떤 절차로 선택됐는지, 그 판단에 대한 내부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안은 상속세 논쟁을 넘어, ‘누가 어떤 숫자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가’라는 더 큰 질문을 남겼습니다.

사과는 있었지만, 신뢰를 회복하려면 말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논란은 해프닝이 아니라, 대한상의 신뢰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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