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무너졌다…텃밭 참패한 트럼프, ‘부정선거’ 재점화

김하늬 미국 통신원 2026. 2.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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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 선거관리 정면 비판…연방정부 관리론 재부상
텍사스 보선 14%p 완패, 중간선거 경고음…對韓 대미 투자 압박 커지나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는 출범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해 들어서는 불과 한 달 새 그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그만큼 반작용도 빨랐다. '트럼프 정치'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각종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탈 조짐이 나타났고, 반(反)이민 정책을 둘러싼 시위는 격화됐으며, 그에 따른 극심한 정치적 피로감은 결국 '트럼프의 패배'라는 선거 결과로 표출됐다.

미국 정치의 균열은 언제나 '주변부'에서 시작된다. 이번에는 텍사스였다. 공화당의 '철옹성'으로 불리던 이 주(州)에서 치러진 잇단 보궐선거 결과는 트럼프 정치가 더 이상 '자동 승리 공식'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화당의 핵심 기반으로 여겨지던 지역에서 나타난 균열은 단순한 지역 변수가 아니라 민심이 워싱턴 정가 전반에 보내는 경고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hatGPT 생성이미지

트럼프 "주요 연방 선거 국영화해야"

텍사스 포트워스 인근의 주상원 보궐선거는 그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후보 테일러 레메트는 공화당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이겼다. 이 지역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17%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했던 곳이다. 사실상 31%포인트 표심이 뒤집힌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공화당을 텍사스 안팎에서 뒤흔든 이변"이라며 "불과 1년여 전 트럼프가 크게 이겼던 지역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치러진 휴스턴 지역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의석을 추가하며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의 승리로 하원에서 공화당의 근소한 우위가 더 줄어들었다"며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허용할 수 있는 이탈표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공화당 지도부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원에서 단 한두 표 차이로도 입법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민심 이탈은 곧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역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텍사스 상원 9지구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응원했다가 패배가 확실해지자 곧바로 입장을 바꾸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가 민주당 후보의 압승으로 확정되자 바로 선을 그었다. 그는 해당 선거를 "텍사스의 지역 선거"로 규정하며 자신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패배 이후 "나는 그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건 텍사스 지역 선거일 뿐"이라고 말하며 책임론을 일축했다.

오히려 트럼프는 보수 텃밭에서 패배하자 "국가가 선거를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월2일 댄 본지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진행하는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선거권이 없는 불법 이민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공화당이 이에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2020년 대선 패배가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집권 공화당이 주요 연방 선거를 "국영화(nationalize the voting)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했다.

현재 미 헌법에 따라 50개 주정부가 담당하는 선거 관리를 연방정부 통제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그가 이번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발판을 마련하고, 선거 패배 시 거듭 부정선거를 주장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실 텍사스는 단순한 주가 아니다. 공화당이 주정부와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치의 핵심 기반 중 하나다. 이곳에서 나타난 변화는 곧바로 전국 정치의 바로미터로 해석된다. 보궐선거의 특성도 주목할 대목이다.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은 대신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나 분노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이번 결과는 공화당 핵심 지지층 일부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거나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구조적 변화의 시작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보수 성향 지역에서 나타난 작은 균열이 누적될 경우 선거 판세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 문제, 중간선거 핵심 쟁점 될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트럼프 정치에 대한 피로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신호로 본다. 뉴욕타임스는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식 정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유권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공화당계 전략가는 로이터에 "문제는 반트럼프 진영의 결집이 아니라 친트럼프 진영 내부에서 나타나는 피로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치적 균열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격화되고 있는 반이민 정책 항의 시위와도 맞물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강경 이민 단속과 대규모 추방 정책은 보수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동시에 반대 진영의 분노를 극대화시켰다. 최근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등지에서는 이민 단속 과정에서 아동과 가족이 분리된 사례가 알려지며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직접 시위 현장을 찾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정책이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민 문제가 중간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교외 지역과 젊은 유권자층에서 반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공화당에 부담이다. 이민 문제가 더 이상 트럼프에게 일방적인 정치적 자산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위기의식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제이슨 빌랄바 전 텍사스 공화당 주 하원의원은 "이번 결과는 상원 다수당과 이미 박빙인 하원 다수당 유지를 기대하는 공화당에 부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 지역에서 나타난 변화가 향후 전국 선거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에게 단순한 의회 선거가 아니다. 이는 그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향후 2년의 정치적 공간을 좌우할 분수령이다.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입법 교착과 각종 정치적 공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한두 번의 보궐선거로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텍사스에서 시작된 균열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중간선거는 단순한 의석 경쟁이 아니라, 트럼프식 정치가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로서는 돌아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에 신속한 대미 투자금 집행을 요구할 수 있다. 최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가 주요 무역국을 압박해 미국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도록 한 약속들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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