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현빈·손예진 만난 곳”…조용했던 스위스 마을, 뜻밖 ‘반전’

손미정 2026. 2. 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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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스위스 촬영지 관광객 급증
‘셀카’ 촬영 위해 2시간 기다림도 불사
WP “K-콘텐츠가 글로벌 문화·여행 소비로 확장”
[tvN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제가 리 대위와 윤세리가 서 있던 곳에 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아요.”

스위스의 작은 호숫가 마을 이젤트발트. 인구 400명에 불과한 이 마을은 tvN ‘사랑의 불시착’의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며 오늘날 전세계 ‘K-드라마’ 팬들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 마을 내 브리엔츠 호수에 자리한 T자 모양의 나무부두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하루 1000여명의 관광객이 2시간 여의 기다림도 감수한다. 드라마 속 부유한 한국인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북한 군인 리정혁(현빈 분)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 장소다.

이젤트발트 관광청의 티티아 바일란트 매니저는 ‘명소’가 된 부두에 대해 “원래는 실제 선착장이었지만 이용하는 빈도는 많지 않았다”면서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 덕분에 아주 유명해졌다”고 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호숫가 셀카를 위해 스위스 마을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K-드라마’의 인기에 ‘관광 명소’가 된 스위스 마을 이젤트발트의 모습을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흥행 드라마의 팬들이, 드라마의 ‘깜짝 스타’를 만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여행을 하고 있다”며 “그 스타는 다름 아닌 ‘스위스의 한 호숫가 부두”라고 소개했다.

지난 10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이 마을을 방문했다는 라우스 부부는 WP에 당시 부두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거의 2시간을 기다렸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들은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틀고 꽃다발을 든 채 장면을 재현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아내인 스테파니는 “음악이 흐르고, 해가지고, 우리는 부두 위에서 춤을 췄다”면서 “정말 달콤하고 로맨틱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렇듯 드라마 속 ‘로맨틱한 순간’을 직접 기기 위해 밀려든 관광객에 조용했던 마을의 풍경도 변하고 있다. 2022년부터 조금씩 마을에 관광객이 늘자, 마을은 부두에 회전식 입장 게이트 설치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입장료 5스위스프랑을 받고 있다. 공중화장실도 1프랑 씩 이용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2024년 마을은 부두 이용료로 약 30만7000달러(약 5억1000만원), 화장식 이용료로 약 7542달러(약 1260만원)를 벌었다.

[게티이미지뱅크]

WP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팬심을 넘어,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문화·여행 소비로 확장되는 흐름으로 해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콘텐츠 공개 직후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수년이 지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초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도 공개된 지 6년이 흘렀다. 이는 K-드라마가 장기적인 문화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한국 콘텐츠가 세계 각지 시청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그 경험이 실제 이동과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에서 불고 있는 한국어 열풍을 조명하면서,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콘텐츠들이 한국어 학습 열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팬덤이 한국어 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OST를 계기로 유튜브와 틱톡에는 한국어 가사의 발음과 의미를 분석하는 영상이 확산되고 있고, 이를 통해 한국어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한국어 학습자 수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미국 현대언어학회(MLA) 보고서에서도 2016~2021년 사이 미국 대학의 전체 외국어 강좌 등록률이 16% 감소한 반면, 한국어는 38%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UC버클리, 아칸소대 등 미국 전역의 대학들이 한국어·한국 문화 관련 강좌를 확대하고 있다. 어학원들도 한국어 강사 채용에 열심이다. 메릴랜드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입문 수업 단계에서 이미 한국어 회화와 속어를 알고 있다”며 “한국 문화를 통해 언어를 먼저 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투자 분야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작년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 이후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문화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2025년 8월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90억원을 기록했다. VC 포트폴리오 내 콘텐츠 분야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개별 작품의 흥행을 넘어 K-콘텐츠 산업 전체가 확장성과 미래 수익성이 높은 산업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게임·영화·음악 등 K-콘텐츠 수출이 증가할 때 화장품·가공식품 등 소비재 수출이 평균 1.8배 동반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K-콘텐츠 수출 1억 달러당 생산유발효과는 5.1억 달러, 취업 유발효과는 2892명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넷플릭스를 통한 한국 콘텐츠의 지속적인 글로벌 유통이 언어와 문화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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